“중·「러」보다 북에 투자해야죠”/지방산업시찰 나선 김달현부총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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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 산업 낙후 솔직하게 시인/설비·기술개발 등 꼼꼼히 질문
김달현 북한 부총리 일행은 입경 사흘째인 21일 전날에 이어 지방으로 떠나 럭키 청주공장,구미의 금성전선,제일모직,대우전자 등 산업시찰을 계속했다.
김 부총리는 시찰도중 낙후된 북한 산업실상을 비교적 솔직히 시인하고 공장설비,기술개발 문제 등에 대해 꼼꼼히 질문,높은 관심을 보였으나,방문기업마다 대북투자를 부추기는 발언을 해 은연중 각 기업의 경쟁을 유도,실익을 건지려는 의도(?)를 드러내기도 했다.
▷경제5단체장 만찬◁
○…여의도 63빌딩에서 20일 저녁 열린 경제5단체장 주최 만찬에서 김달현부총리는 인사말을 통해 『남북경협을 추진하려는 염원을 안고 서울을 방문했다』며 『남북경협의 정상화를 위한 경제인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1년전만해도 북한의 부총리가 서울을 방문할 것이라고는 나 자신도 생각지 못했다』며 『그동안 남북간 많은 진전이 있었다』고 소감을 피력.
김 부총리는 만찬에서 『최각규부총리를 평양으로 초청했다』면서 최 부총리를 「부총리각하」로 호칭.
○…이날 오후 7시30분부터 열린 경제5단체장 초청 만찬은 첫 만남이지만 비공개 탓인지 술좌석이 무르익어 당초 예정시간보다 한시간이나 더 끌다 오후 10시쯤 빌딩을 빠져나올때는 일부 참석자들이 걸음을 비틀거릴 정도.
북한측 참석자들은 『문배주 맛이 좋다』며 거듭 문배주를 청해 마지막에는 『셀 수 없이 마셨다』고 할 정도였는데 남측 참석자가 『2차 가십시다』고 권하자 김 부총리는 『3차도 가야지요』라고 조크. 김 부총리는 만찬에서 북측 수행원들에게 『술을 들라우』를 연발했고 『그동안 화합분위기를 위해 북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나 대한민국이란 정식국호 대신 북측·남측이란 말을 썼다』고 말한뒤 참석자들에게 『이제는 코리아를 위하여』라며 수차례 건배를 제의하기도.
○…김 부총리는 만찬자리에서 경총회장으로 참석한 이동찬회장에게 『코오롱에 대해서는 특별히 부탁을 받아온게 있다』며 『이 회장을 따로 만날 필요가 있으니 승인해 달라』며 한갑수기획원차관에게 요청해 눈길.
이에 대해 「이번 방문에 개별 비즈니스는 없다」는 원칙과는 달리 김 부총리 일행이 일부 기업에 대해 구체적인 합작 복안을 가져온게 아니냐는 관측.
또 이 자리에서 박용학무역협회장이 김 부총리에게 『북측에서 초청하면 한번 가보고 싶다』고 제의하자 김 부총리는 『나는 막지 않았다』며 『여러분들 많이 오시오. 우리들이 초청하겠습니다』고 응수.
그러나 시기와 초청범위에 대해 더이상 논의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시찰◁
○…이에 앞서 김 부총리 일행은 이날 오전 오후 삼성반도체·대우자동차·대우중공업을 차례로 방문했는데 대우자동차 부평공장에 도착한 김 부총리 일행은 방명록에 자신의 이름과 함께 『대우와 삼천리회사와의 협력을 강화하자』는 문구를 기입.
북측 일행은 공장을 둘러본후 『공장규모가 큰데 사람이 별로 없어 놀랍다』 『철판은 국산이냐』 『차에 자동온도조절장치(에어컨을 지칭)가 있느냐』는 등 관심을 표명.
○…김 부총리는 또 이에 앞서 오전 11시쯤 기흥소재 삼성반도체 공장에 도착,김광호사장의 안내로 회사현황 슬라이드시청,생산라인을 둘러보며 국내기업과의 기술제휴·합작투자에 대한 깊은 관심을 표명.
김 부총리는 삼성관계자들에게 『외국여행중 10년후 살아남을 수 있는 전자회사는 전세계적으로 5개밖에 안된다고 들었는데 삼성전자도 이 5개 회사에 포함돼 있으므로 삼성과 기술제휴를 해야 우리도 살 수 있다』고 언급.
또 삼성전자측에서 『중국·러시아에 자금을 투자했다』고 하자,그는 『다른 나라에 투자하기에 앞서 북한에 먼저 투자해야 할 것』이라며 남북경협에 대한 관심이 높음을 보여주었다.<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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