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주부 정순주씨 가정의 "체험 경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전반적으로 소득수준이 높아졌고 살림형편도 나아졌다고들 한다. 과연 그런가. 도시에서 살아가는 중산층 봉급생활자 가정의 가계부를 통해 「체험적 살림경제」 실상을 알아보는 난을 월1회 마련했다. [편집자주]
남편이 부서를 옮기면서 회사동료 네 분을 집으로 초대했다. 남편은 말이 쉬워 늘 먹던대로 준비하면 될 것이 아니냐지만 어디 그런가.
하여튼 준비는 해야겠기 때문에 이궁리, 저궁리 하기 시작했다. 찌개는 필수고, 날씨가 더우니 냉채류도 준비해야 할 것 같고…. 마음은 푸짐하게 차리고 싶지만 남편의 빠듯한 월급봉투 사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메뉴를 정하고 장보러 나섰다.
오이·미나리·쑥갓·파 등의 야채류는 지난 봄에 비해 값이 많이 내려 그다지 부담은 되지 않았다. 육류로는 한우대신 수입쇠고기를 샀다.
우리 농산물을 찾아야 하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수입쇠고기가 훨씬 싼 것을 어쩔 것인가.
생선은 값이내린 종류도 있었지만 매운탕거리에 적합한것은 그리 싸지만도 않아 은대구 한마리에 3천원을 주었다. 조개류도 값이 상당히 올라 있었다. 후식용 과일로 무심코 고른 수박은 그새 값이 많이 뛰어 두개에 1천원하는 자그마한 참외를 6개 샀다. 술은 집에 있던 것으로 준비했으니, 결국 손님 네 명의 저녁상을 조촐하게 차리는데 3만5천원 정도가 든 셈이다.
그래도 이만하면 식료품값은 안정된 상태라는 것이 주부로서 체감하고 있는 요즈음의 물가다. 전체적으로 보더라도 오른 품목보다는 내린 품목이 많은성 싶다. 우선 작년만 해도 비쌌던 양파·마늘·감자값이 많이 내려 찐감자가 아이들 간식으로 제격이 되고 있다. 오징어와 꽁치 또한 우리집 밥상에 자주 오르는 단골메뉴다. 그런가 하면 과일값은 본격적인 출하기를 맞아서도 값이 그다지 내리지 않아 값이 비교적 싼 토마토나 바나나를 아이들에게 많이 사주고 있다.
지난달 우리집 가계부를 들여다보면 유난히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항목들이 제법 눈에 띈다. 아무리 공과금이 많은 6월이라고는 하지만 재산세·자동차세·관리비인상 소급분·인상된 휘발유값 등은 갑자기 무겁게 느껴진다.
낼 때마다 번번이 느끼는 것이지만 현재 우리나라 자동차 관련 각종 세제에는 무엇인가 큰 모순이 있어 보인다. 자동차를 구입할 때의 엄청난 취득세·등록세를 비롯, 분기마다 내는 자동차세에 면허세까지 합하면 어느 신문 가십 말마따나 자가용 가진 사람이 마치 봉이나 된 듯 싶다. 남편의 미국 유학시절 자진신고한 매매가격의 4%와 매년 30여달러 정도가 자동차 관련세금의 전부였던 것과는 엄청난 차이다.
느닷없이 7월초에 유가가 대폭 인상되어 우리집 가계부는 수지균형을 맞추기가 점점 힘들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휘발유값도 값이려니와 벌써부터 겨울철 난방비가 걱정된다.
주부리포터 정순주
▲1960년생 ▲83년 이대 영문과 졸업 ▲87년 6월까지 외국은행 근무 ▲현재 한국통신 케이블TV 모니터 요원으로 활동중 ▲85년 이성주씨(39·한국투자신탁 과장)와 결혼, 서울 목동 20평형 아파트에서 아들(4) 딸(3) 등 네가족이 산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