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먹는 외교관들' 인원 부풀려 만찬비용 착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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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통상부 직원들이 내부통신망에서 해외주재 공관의 부패상을 신랄히 지적해 파문이 일고 있다.

18일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 5월 개설된 내부통신망 '나눔터'에는 외교부 직원들이 ▶사적 모임에 공금 법인카드 사용▶출장기간, 인원을 허위계상하거나 만찬 참석자수를 부풀려 공금 챙기기 등 해외 공관의 부패상을 적시하고, 외교부의 거듭나기를 촉구하는 글들이 수건 올라 있다.

특히 경력 10년이 넘은 재외공관에 근무하는 한 외교관은 지난 10월 15일 올린 글에서 '출장계획서에 직원 이름을 올려 출장비를 탄 뒤 직원 대신 딸을 동반한 대사, 친구들과 저녁 및 술을 마신 뒤 법인카드 전표를 총무에게 내미는 상사들, 1박2일 예정 출장비를 2박3일로 끊어 차액을 챙기는 상사'등을 열거하고 "우리 부하 직원들도 '당신이 하는데 우리는 못할 게 있냐'며 작당해 공금으로 밥을 먹는다. 나도 같이 더러워졌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 직원은 "외교부 직원은 타 부처에 비해 해외 근무란 금전상 메리트가 있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공직자 재산등록에서 외교부 고위 관리들이 상위에 랭크되는 것만 봐도 형편이 괜찮은 것 아닌가"라고 자문했다.

그는 "그동안 여러 과장.국장.대사.총영사 밑에서 일하면서 그 상사들 중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존경심을 가져본 대상이 극소수였다는 점에 슬픔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구체적 사례를 '고발'한 것이 아니라 과거의 잘못된 업무관행을 고쳐가자는 문제 제기"라며 "직원들의 토론방 참여 위축을 막기 위해 작성자를 직접 조사해 사실임이 확인될 경우 관련자에게 응분의 조치를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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