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 전임 정승원씨 「관대한 집유」에 의혹/합참때 투기알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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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기밀누설·수뢰가중처벌 안해
정보사부지 매각 사기사건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는 김영호 전 합참시설정책실장의 전임자였던 정승원씨(54)가 부동산투기와 관련,89년 군사기밀을 누설한 혐의로 구속됐다가 곧 풀려난 것으로 밝혀졌다.
정씨는 검찰에 적발돼 수사를 받다 국방부가 『군사기밀에 관한 사항이니만큼 민간인 신분이지만 군에서 수사해야 한다』며 신병을 넘겨달라고 강력히 요청,군수사대에 의해 구속됐으나 6개월만인 같은해 12월20일 국방부 고등군사재판에서 징역3년·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같은날 석방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정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군사상 기밀누설·가중뇌물요구·공무상 비밀누설 등 3개 항목인데 군사기밀보호법에 따르면 직무상 기밀누설죄만으로도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되어있고 뇌물요구 등 혐의가 추가되면 가중처벌 하도록 되어있다.
또 이들이 군수사대에 이첩될때 당시 이상훈국방부장관은 『일부 군무원·현역장교가 군의 명예를 실추시켜 개탄스럽다』며 『군수사가 끝나면 법이 허용하는 한 최대한 엄중히 처벌하겠다』고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기도 했다.
이에 따라 법조계는 정씨가 집행유예로 풀려난 것은 가중처벌 원칙과 군법이 일반적으로 엄하게 적용된다는 상식에 비추어 지나치게 낮은 형량이고 후임자 김씨의 이번 사기사건을 부추긴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정씨는 건설부·서울시 등이 도시개발계획을 추진할때 계획지역안에 군사시설이 있을 경우 합참 등에 사전에 계획도면을 보내 협조요청을 하는 것을 이용,88년 4월 서울 방배동 일대 4만여평이 군사시설 보호구역에서 해제된다는 사실을 중학교 후배들에게 알려줘 땅을 사게한 혐의로 검찰에 붙잡혔다.
정씨는 또 잘 아는 현역군인·친목회원들에게도 이 일대 땅 8백40평을 공동 구입하도록 한뒤 실제로 군사시설보호구역이 해제되어 땅값이 올라 시세차익 10억원이 나자 이들로부터 사례비로 3억원을 받은 것도 검찰조사결과 밝혀졌다.
이에 따라 법조계 관계자들은 『당시 진짜 군사기밀을 누설한 정씨 등이 군사재판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만큼 이와의 형평을 고려하면 김영호씨도 혐의가 드러나더라도 엄격한 법적용은 힘들지 않겠느냐』고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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