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는 지지해도 그 정당은 별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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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호 02면

정치권에선 ‘5월 빅뱅설’이 나오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친노(親盧)·비노(非盧)로 나뉘어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야당인 한나라당도 강재섭 대표가 제안한 경선 룰 중재안을 둘러싸고 이명박·박근혜 두 진영이 정면 충돌하면서 분당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벌써부터 범여권의 통합 실패와 한나라당 분열로 인해 이번 대선이 다자(多者)구도로 치러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명박·박근혜 지지자 절반 “나를 대변하는 정당 없다”

한국에선 대선 때만 되면 정당 분열사가 어김없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가 비슷한 시기에 치러질 경우가 그렇다. 기존의 거대 정당이 분리되고 신당이 창당되면서 다당체제가 만들어지는 경향이 있다. ‘1노 3김’이 경쟁했던 1987년에 이어 2007년이 그렇고, 현재의 선거주기가 계속된다면 ‘다자구도 20년 주기설’이 나올 수도 있다.

이번 대선에서 정당의 파편화 현상이 두드러지는 이유는 범여권이 무기력하고 국민들의 ‘정당 일체감’(party identification) 수준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정당일체감이란 국민들이 특정 정당에 대해 오랜 기간 간직하고 있는 귀속 의식 또는 당파적 태도를 말한다.

조인스-리서치앤리서치 조사에 의하면, 국민 2명 중 1명 정도는 자신의 의견을 잘 대변해주는 정당이 ‘없다’고 답했다.

한나라당에 친근감을 느끼면서 한나라당이 자신의 의견을 잘 대변해준다고 믿고 있는 사람의 비율도 22% 정도였다.

요즘 한나라당의 ‘빅2’인 이명박·박근혜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비율은 합계 60%를 넘어서고 있다. 그러나 이 사람들도 정작 자신의 의견을 대변하는 정당은 없다는 비율이 더 높았다.

심정적 여당이라고 불리는 열린우리당에 친밀감을 느끼고 의견을 잘 대변해 준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5.8%에 불과하다.

2004년 총선을 전후해 50% 이상의 국민 지지를 받았던 열린우리당이 왜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실정(失政)을 바로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속에 열린우리당이 무엇을 해야 할지가 명확해진다. 소위 ‘미래평화개혁세력 결집’과 ‘대통합 신당 창당’을 거론하기 전에 국정 실패에 대해 스스로 반성하는 모습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런 다음 심판을 받겠다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한나라당 역시 실체의 근거가 명확하지 않고 인물 중심으로 이뤄진 대세론에 도취되어 경선 룰 싸움을 벌이기 전에 왜 두 번의 대선에서 국민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는지를 반추해야 할 때다. 오만해지고 분열되면 ‘한나라당 대선 필패의 법칙’은 언제든 다시 작동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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