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리 못찾는 신도시 교육|점심·휴식 시간 쉴곳이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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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1일 정오 분당시범단지내 서현고교운동장. 학생들이 축구·배구도 하고 벤처에 앉아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머리를 식혀야할 점심시간이지만 운동장에서 뛰노는 학생들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급조된 운동장 주변에는 1∼2년생 관상수만 듬성듬성 심어져있을뿐 더위를식히며 휴식을 취할 마땅한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학생들은 점심·휴식시간이면 답답한 교실에서 얘기를 나누거나 아파트단지내 상가를 돌며 시간을 때운다. 서현고는 남녀공학이어서 여학생들을 위한 사물함·탈의실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나 이마저 없어 체육·교련시간등이면 여학생들은 옷을 갈아입을 곳을 찾느라 곤욕을 치른다.
게다가 도서실조차 없어 대부분의 학생들은 성남시내 도서실을 이용하고있는 실정.
이학교 2학년 박모양(17)은 『성남시내 도서실에서 공부하다 오후11시쯤 나오면 버스운행까지 뜸해져 불편을 겪고있다』며 『도서실·구내매점등 편의시설이 하루빨리 갖춰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운동장시설등 부대시설이 엉망인 것은 서현중학교도 마찬가지.
개교 1년이 가까워오고있으나 성토작업을 위해 운반한 흙더미가 곳곳에 쌓여 있다.
일산신도시도 주민입주가 시작되는 8월중 초·중·고 1개교씩 3개교가 개교할 예정인데 현재 교사신축공정은 90%에 이르고 있으나 운동장조성등 부대시설·기반시설 마무리공사는 늦어질 전망이어서 입주초기에 전학온 학생들의 수업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 4월30일 개교한 군포시산본동 흥진고교는 물리·화학·기술·가사·컴퓨터실등 5개의 특별교실을 갖췄으나 가사실을 제외하고 실험기자재가 갖춰진 교실은 없다.
이에따라 학생들은 실험실습은 생각조차 못하고있으며 특별활동시간에도 이론으로 실습을 대신하고있는 실정.
지난 4월13일 개교한 평촌고교도 사정은 마찬가지. 평촌고는 개교당시 도교육위원회로부터 9천2백만원의 과학기자재 구입비용을 받았으나 발주가 늦어져 2학기나 돼야 특별교실 운영이 가능하다.
신도시학교 학생들은 편의시설부족 뿐만아니라 주변 아파트공사장의 소음·분진공해에도 시달리고 있다.
평촌신기중·평촌고교등은 인근아파트공사장의 드릴공사로 소음이 극심해 초여름 무더위 속에서도 창문을 닫고 찜통교실속에서 수업을 받는 불편을 겪고 있다.
분당택지개발지구내 기존학교인 돌마국교는 골재수송트럭이 통학로를 무법질주, 교통사고가 빈발하자 지난 4월 학교주변에 통학로를 새로 개설했다. 그러나 골재수송트럭은 새로 개설된 통학로까지 침범, 등·하교길의 학생들을 위협하고 있다.
이학교의 한 교사는 『골재수송 대형트럭의 무법질주로 사고위험이 큰데다 학교앞 지하철공사로 비만오면 통학로가 진흙탕길이돼 학생들이 고통을 겪고있다』고 말했다.<정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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