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우주인 후보 이소연씨 "소유즈호, 와! 멋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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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연씨가 훈련을 마치고 귀환 모듈 내에서 찍은 기념사진(左)과 거주모듈 내부. (중앙 사진이 도킹 후 ISS와 연결되는 해치)

소유즈 전체 구조 이론 설명에 앞서 간단히 전체 구조를 소개받을 때 돌아보았던 소유즈 모형.

지난 3월부터 러시아의 가가린 우주인훈련센터에서는 한국 최초의 '우주인'이 되기 위해 고산(30)씨와 이소연(여.28)씨가 혹독한 훈련을 받고 있다.

말로만 듣던 우주인 훈련을 직접 체험하는 기분은 어떨까? 우주선 소유즈호는 어떻게 생겼을까? 러시아말을 제대로 알아들을 순 있을까? 이소연씨가 9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통해 보내온 편지 '우주인 훈련일기'가 이런 궁금증을 해소시켜줬다. 그는 편지에서 소유즈호의 구조, 우주에서의 생활공간 거주모듈, 훈련을 위한 통역 과정, 묵직한 책가방을 매고 다니는 사연 등을 풀어놓았다.

고산씨와 이소연씨는 2008년 3월까지 약 1년간 우주선 이론 교육 및 기초 과학기술.생존 훈련.항공안전 훈련 등 우주 과학실험 수행을 위한 임무훈련을 받는다. 두 후보 중 1명은 내년 4월 러시아 우주선 소유즈호를 타고 국제우주정거장에서 7일간 체류하며 우주인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이지은 기자


이소연씨의 훈련일기

3월 7일부터 우주인 훈련이 시작됐지만, 처음 6주 동안 진행된 러시아어와 기초 체력훈련 등은 본격적인 훈련에 앞선 예비과정 성격이 높았습니다. 본격적인 훈련일정이 담긴 4월 훈련프로그램을 받았을 때, 소유즈 구조 이론교육을 보고 기대가 무척 컸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월등히 많아진 훈련시간과 높아진 강도에 긴장도 되었습니다.

드디어 첫 시간, 전체적인 소유즈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이론교육 이전 소유즈 실물 모형을 간단히 소개하는 시간으로 시작됐습니다. 이제까지 러시아어 교육을 받던 곳과는 다른 건물 앞에서 통역장교를 만난다는 것부터가 설렘의 시작이었습니다. 물론 예전 2006년 12월 선발을 위해서 이곳 스타시티에 왔을 때, 우주복을 입어보고 소유즈 모형을 보기 위해 들렀던 건물로, 낯선 곳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훈련을 위해 다시 찾은 이곳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교육은 탑승해치가 있는 가장 윗부분인 거주모듈(Habitational Module)에서부터 시작됐습니다. 거주모듈에는 우주식을 보관하는 선반과 식사를 위한 식탁, 화장실, 음료수 저장고까지 말 그대로 거주를 위한 시설들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내부 전체 벽이 벨크로, 그러니까 흔히 우리가 찍찍이라고 부르는 재질로 되어 있었고, 그 위에 띄엄띄엄 띠가 붙여져 있었던 것이 인상 깊었는데, 무중력상태에서는 모든 물건들이 둥둥 떠다니기 때문에 벽에 고정시켜두기 위해 설계된 것이었습니다.

기본생활을 위한 시설 뿐 아니라 거주모듈에는 우주정거장과 도킹할 때 이용되는 자동 도킹 시스템, 내부 공기 정화 및 습도조절 시설, 여러 시설들을 조정하기 위한 계기판 등이 있었습니다. 하나하나 설명을 들으며 다시 둘러보게 된 소유즈 모형은 예전 선발 때 "와 ̄ 멋지다!" 라고 생각하면서 그냥 지나치던 소유즈 모형과는 달랐습니다.

소유즈를 구성하는 전체 3개의 모듈 중에서 마지막에 지구로 귀환하는 모듈은 단 하나인데, 바로 귀환모듈(Descent Module)입니다. 그곳은 우주인 3명이 앉는 자리가 각각 정해진 특별히 제작된 캡슐처럼 생긴 의자가 자리하고 그 앞엔 아주 복잡한 계기판과 기기들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우주선 전체의 방향을 제어하고, 전체 시설들을 조절하는, 그리고 무엇보다 마지막 귀환 시 지구로 돌아오는 유일한 모듈이기 때문인지, 우주인이 차지하는 공간을 제외하고 나머지 공간에는 여러가지 시설들과 계기판들로 가득 차있었습니다.

마지막 하나의 모듈인 추진 모듈(Instrumentation/Propulsion Module)은 우주인이 직접 들어가서 조정하는 곳이 아닌 우주정거장으로부터 지구로 귀환할 때, 궤도 변화를 위해 이용되는 추진기와 주거모듈과 귀환모듈을 지원하는 기기들이 들어있는 곳입니다.

이제는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되었다!

첫 시간의 이러한 전체적인 소개를 마치고 나머지 시간에는 교실에서 전체적인 구조의 단면도와 각각 시설의 확대도를 통해서 각각 시설들의 기본적인 원리와 기능들을 설명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공기역학적으로 설계된 전체 소유즈 외형의 모양 설명부터, 각각 시설들 하나하나의 간단한 구조들이나 공학적인 설명들은 기계공학도인 저에게는 너무나도 재미나고 알찬 시간이었습니다. 러시아어로 말씀하시는 교관님의 설명을 바로 들을 수 없고, 통역장교를 통해서 설명을 듣는 부분이 아쉽긴 했지만, 대부분의 용어와 설명들이 기계공학을 공부하면서 배웠던 것이라 참 다행이였습니다.

이곳 러시아 사람들을 통해서 듣고 보았던 러시아의 독특한 특성이기도 하지만 이 훈련을 받으면서도 다시 한번 느꼈던 것은, '선택과 집중', 즉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가지 일에 특화된 것이었습니다. 이곳 통역관들은 훈련 통역을 위해 미리 훈련생들과 함께 훈련에 참여해서 듣는 준비과정을 거친 후, 훈련 통역을 하게 되고, 또한 훈련 통역만을 담당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가끔 저희 훈련 시에도 준비를 위한 통역관이 저희와 함께 수업을 듣기도 합니다. 그리고 재미난 것은 가끔 통역관이 교관보다도 더 자세하게 설명을 잘하기도 하고, 교관이 통역관에게 묻기도 하고, 통역관이 교관의 설명에 대해 정정을 하기도 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각 단계의 훈련이 끝나면 시험도 보게 됩니다. 어떤 때는 가끔 고등학생이나 대학생 때로 다시 돌아간 듯한 생각이 듭니다. 하루 종일 수업과 같은 훈련을 받고, 숙제도 있고 예습 복습도 해야 하고, 또 어쩌면 오랫동안 매보지 못했던 묵직한 책가방을 매고 다니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몰래 수업을 빠지거나 수업시간에 친구 등 뒤에서 졸수도 없고, 도시락을 쉬는 시간에 몰래 먼저 먹을 수도 없고, 훈련생 단 두 명과 선생님이 함께한 수업이라는 것은 너무나도 많이 다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크게 다른 것은 항상 어깨 위 귓가에서 함께하는 그때보다 훨씬 큰 책임감과 신비로움입니다. 몰래 도시락을 먹는 스릴이나 뒤집어지고 엎어지면서 함께 뒹굴었던 개구쟁이 친구들은 없지만, 이것이야말로 이곳에서 저를 이끌어주는 커다란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대한민국 대표로서 자랑스러움과 책임감, 그리고 새로운 것들로 가득 찬 이곳의 신비로움과 함께 "우주를 가는 그날까지 항상 즐겁게 신나게 즐기면서 훈련을 받아야지! "오늘도 다시 한번 다짐합니다. 항상 행복하세요! 쉬스리바! ( Счастливо!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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