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장 풀리는 「시장」무엇이 문제인가-국가 신경망 외국 지배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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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정부의 보호 속에 있던 우리 통신산업은 지난 2윌17일 미국에 개방의 문을 열게됐다.
미국이 지난 89년 우리 나라를 통신분야 우선 협상국가(PFC)로 지명하면서 시작된 양국간의 「통신 마찰」은 두 차례의 기한연장과 14차례의 줄다리기 협상을 통해 이날 일단락 됐다.
합의된 사항은 통신서비스, 통신기기의 관세인하, 표준 및 허가절차, 정부조달문제 등 4개 부문이었다.
통신서비스 개방은 기본통신분야(전화선)는 그대로 두고 부가가치서비스(VAS)분야만 외국인 투자를 50%까지 허용하며 오는 94년부터 투자제한을 완전히 없애기로 했다.
정부조달문제는 우리정부가 현재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정부조달협정 가입협상을 진행중이지만 일단 미국에 대해 일반 통신물품은 올해부터, 통신망 장비는 내년부터 조달 참여를 허용키로 했다.
이동통신부문의 시장개방은 이미 정부가 90년7월 발표한 통신산업 구조조정 계획안에서 제2 이동통신을 금명간 설립하고 외국자본이 3분의1까지 참여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이같이 통신시장의 빗장이 열리면서 외국에 비해 기술·서비스수준·마키팅 등 모든 부문에서 뒤떨어지고 있는 국내 통신산업은「체질개선」이 불가피하게 됐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통신기기 수출은 10억 달러, 수입은 7억 달러로 흑자를 기록했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질 전망이다. 이번에 제2 이동통신 사업자입찰에 참여하는 6개 그룹 모두가 사실상 외국기업에 기술을 의존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실상이다.
그러나 통신개방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 정부·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올해 말까지 기본통신 망에서 전용회선을 빌려다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기업 내 통신」의 범위를 확대하는 문제 등을 검토키로 미국 측과 약속한데다 UR통신협상이 타결되면 90년 중반에 통신시장이 완전개방 될 소지가 높다고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선진국들은 우리보다 뛰어난 통신산업기술을 갖고 있으면서도 최근에야 문을 개방한데 비해 우리는 「걸음마」단계에서 문을 열어 결국 국가의「신경망」이 외국기업에 지배당할지 모르게 된 것이다.
업계는 이에 대해 대외적인 개방에 앞서 국내 민간기업에 훨씬 더 문을 열어 자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오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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