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열매'로 붉게 물든 천리포 수목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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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성탄절을 앞두고 천리포 수목원(충남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이 붉은 색으로 곱게 물들었다.

수목원에서 자생하는 4백여종의 호랑가시나무(Holly.사진)에 이웃사랑 실천의 징표인 '사랑의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려 장관을 이루고 있다. 서양에서 크리스마스 트리로 이용되는 이 나무의 이름은 호랑이가 등이 가려울 때 이 나무 잎사귀의 가장자리에 돋아난 가시에 등을 비벼 긁는다고 해서 붙여진 것. 초여름인 5, 6월에 맺는 열매는 겨울철에 접어드는 11월부터 붉은 색으로 변한다. 기독교에선 호랑가시나무로 만든 크리스마스 트리를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려 있을 때의 '가시관'으로, 이 나무의 붉은 열매를 예수의 '핏방울'로 받아들이고 있다.

수목원 내 수천그루의 호랑가시나무 중 '완도 호랑가시나무'는 백미(白眉)로 꼽힌다. 이 나무는 천리포 수목원을 조성한 고(故) 민병갈 원장이 1978년 전남 완도로 식물탐사를 갔을 때 발견한 것으로 감탕나무와 호랑가시나무 자연 교잡종이다.

수목원 김건호(40) 박사는 "2000년 미국호랑가시나무학회로부터 공인받은 완도 호랑가시나무는 잎과 열매가 너무 아름다워 외국 전문가들이 눈독을 들일 정도"라며 "국가적인 차원에서 지원한다면 이 나무는 세계적인 식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귀화한 고 민 원장이 직접 가꾼 천리포수목원(61만8천3백97㎡)에는 현재 1만3백여종의 각종 식물이 자라 세계적 식물자원의 보고(寶庫)로 평가받는다.

대전=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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