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 바꿔라! 외동딸 둔 서울엄마 … 9남매 둔 시골엄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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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파격적인 내용의 프로젝트가 TV에서 시도됐다. 매주 화요일 밤 11시 방영되는 Q채널 '이브의 선택 5%'의 'MOM SWAP-엄마를 바꿔라' 코너다.

외동딸을 기르는 전형적인 서울 엄마 고은영(33.서울 정릉동)씨와 시어머니를 모시고 9남매를 키우는 시골 엄마 이재순(47.충북 진천군)씨가 첫 도전장을 내밀었다.

겉보기엔 아무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두 엄마, 그리고 그들의 가족은 바뀐 환경 속에서 어떤 일주일을 보냈을까. 지역.세대.소득에 따라 '형형색색'인 우리 시대의 가정사를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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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상 네 번 VS 남편은 알아서 출근

1일 오후 충북 진천군 백곡면. 산자락에 서 있는 조립식 간이건물에 '대문리 교회'라고 써 있다. 바로 옆에 이 교회를 운영하는 권학도(66) 목사의 사택이 있다. 텃밭에서 아이들과 일을 하고 있던 고은영씨가 활짝 웃는 얼굴로 맞아준다. '엄마를 바꿔라' 프로젝트 6일째다.

고씨 가족은 회사원 남편, 일곱 살배기 딸이 전부다. 그래서 집안 살림에도 그리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 그러나 이곳에서 일주일을 보내고 난 지금은? "가사노동이 이렇게 힘든 일이구나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시어머니(84)와 남편, 그리고 6남3녀의 뒤치다꺼리를 하는 이재순씨의 일과를 고스란히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일단 기상시간부터 달랐다. 서울에서는 남편이 출근한 1시간 뒤인 오전 8시에 여유 있게 일어나 딸을 유치원에 보냈다. 이곳에서는 오전 5시에 일어나 아침상만 네 번을 차려야 했다. 가장 힘든 일은? "식구가 12명이나 되다 보니 하루에 쏟아지는 빨래 양이 어마어마하더군요. 세탁기 2대를 함께 돌려도 빨래하는 데만 2시간이 넘게 걸렸어요."

이러다 보니 하루 24시간도 부족하게 여겨질 정도였다. "처음엔 정말 이거 너무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일주일이니 참는다고 해도, 매일 이렇게 살아야 한다면 웬만해선 견디기 힘들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아이들과는 정이 많이 들었다. 큰딸(17)과 나이 차가 16살밖에 안 나다 보니 엄마라기보다는 큰언니, 누나처럼 함께 어울려 지냈다.

2일 오전 서울 정릉동의 한 빌라. 설거지를 마친 이씨는 "하루가 정말 여유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 머문 기간 아이와 함께 놀기도 하고 미용실에도 다녀왔다. 고씨의 남편 정규준(37)씨는 평소 "아침잠 많은 아내를 깨우기 싫다"며 혼자 일어나 아침을 챙겨 먹고 나간다. 무엇보다 아이가 9명에서 1명으로 줄어들어 크게 할 일이 없었다. "아이가 유치원 갔다 돌아오는 오후 4시30분까지 온전히 내 시간이더군요." 17년 대가족 생활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 맞춤형.관리형 교육 VS 인성교육 집중

대부분의 서울 엄마가 그렇듯 고씨는 딸 교육에 무척 신경을 쓴다. 고씨의 딸은 유치원에 다니는 것은 물론 발레.피아노.중국어.영어 등을 배운다. 반면 이씨의 아이들은 과외는커녕 유치원에 가본 적이 없다.

"처음엔 일곱 살밖에 안 된 어린애도 이렇게 뭔가를 많이 배우는데, 우리 아이들은 너무 풀어놓은 게 아닌가 걱정도 됐어요. 하지만 이제 와서 제 교육철학을 바꾸고 싶진 않네요. 아이들에겐 공부보다 인성교육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거든요." 이씨의 얘기다.

그러나 고씨는 진천 아이들이 서울에 사는 또래들에 비해 공부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고 했다. "자연과 어울려 지내는 점은 저희 딸도 그랬으면 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지금보다 공부량을 좀 더 늘려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없어요." 그래서 진천에 머무는 동안 아이들 숙제도 봐주고 피아노도 가르쳐줬다.

# 가족의 빈자리가 이렇게 소중한지 몰랐다

엄마를 바꿔 본 가족들의 소감은 어땠을까. 이들은 "가족 한 사람의 몫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깨달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씨의 남편 권씨는 "지금껏 아내가 집안에서 많은 짐을 지고 있었다는 것을 이번에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아침 일찍 나갔다 밤 늦게 들어오는 고씨 남편 정규준씨. 그는 이번에 이씨의 부탁으로 아침.저녁식사를 함께했다. "아침식사를 온 가족이 하는 건 정말 오랜만이어서 참 고마웠습니다. 하지만 아내가 돌아온 뒤 생활 패턴을 바꾸라고 강요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 사람은 그 사람 나름대로 열심히 잘하고 있으니까요. 지금은 그냥 아내가 빨리 돌아왔으면 할 뿐입니다."

1주일의 짧고도 긴 체험. 두 주부는 평소의 자리로 돌아갔다. 문화도, 가치관도 다른 이색지대를 다녀왔지만 가족이란 단어 앞에선 모두가 하나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윤미영 여성중앙 객원기자 july18@empal.com

◆'MOM SWAP-엄마를 바꿔라'=1일 첫 방송이 나갔다. 22일까지 매주 화요일 '이브의 선택 5%' 프로그램에서 3회 연속 방영된다. 제작진은 "2007년 우리의 모습을 다양한 가정을 통해 조명해 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조인스 TV(tv.joins.com) 내 Q채널 메뉴에서도 볼 수 있다. 여성중앙 6월호에도 자세한 내용이 실린다. 2편으로는 '몸짱 가족 엄마와 뚱보 가족 엄마'가 준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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