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비핵화공동선언 위반(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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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의 핵물질 생산시설 보유가 국제원자력기구(IAEA) 임시사찰팀이 현지답사 촬영한 사진자료에 의해 명백한 사실로 확인됐다.
사찰팀을 이끌고 지난달 북한을 방문했던 한스 블릭스 IAEA 사무총장이 10일 공식발표한 보고자료는 북한이 영변과 박천에 대규모의 핵시설을 가지고 있고,그 가운데는 핵재처리시설과 천연우라늄 정련시설이 포함돼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이것은 북한이 핵무기 원료의 플루토늄과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또한 핵재처리시설과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유하지 않는다는 한반도 비핵화공동선언에 명백히 위배되는 것이다.
북한의 핵시설에 관한 IAEA 사무총장의 보고는 몇가지 점에서 우리에게 깊은 우려를 갖게 한다.
첫째,북한이 연구용이라고 신고한 영변 방사화학실험실의 규모가 너무나 방대하여 연구용 수준을 훨씬 초과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북한이 핵의 평화적 이용을 위장하여 핵무기를 제작하려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을 더욱 짙게 한다.
둘째,이미 생산된 핵물질의 은닉 가능성이다. 사찰팀은 용도를 알 수 없는 지하터널을 발견했고,물이 들어있어야 할 핵연료저장실이 비어있음을 확인했다. 블릭스총장은 이것이 은닉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임을 밝히고 있다.
셋째,북한의 핵시설이 너무 조잡하여 누출사고의 위험이 높다는 점이다. 공개돤 자료를 검토한 전문가들은 김이 새어나오는 터빈을 볼때 북의 핵시설들은 핵을 누출시킬 정도의 수준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이런 의문점들은 북한이 연구용 실험실을 가장하여 핵물질 내지 핵무기를 생산하여 비밀장소에 감추고 있다는 우려와 함께 북한에서 제2의 체르노빌사건이 일어날 수 있다는 위험을 예고하는 징후들이다.
그 어느 것이나 민족의 운명과 이 지역의 평화,그리고 핵확산을 막으려는 세계질서에 저해되는 일임이 분명하다.
거듭 촉구하거니와 북한은 IAEA에 의한 국제차원의 사찰에 성실히 임하면서 남북간에 합의된 비핵화선언과 상호사찰원칙에도 충실하여 조속히 남북한에 의한 현지사찰이 이뤄질 수 있도록 성의를 보여야 한다.
남북한이 평화적으로 공존하면서 민족의 번영을 추구하는 길은 핵무장이 아니라 핵의 평화적 이용임은 자명하다. 북한은 핵무기 보유라는 허망한 꿈에서 하루빨리 깨어나야 한다.
북한이 관계개선을 애타게 추구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은 물론,유럽공동체(EC) 12개국가들도 핵사찰문제가 말끔히 해결되지 않는 한 북한과의 관계개선은 없을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북한은 핵에 대한 세계의 우려가 가시도록 완전한 핵사찰을 수용하고 핵의 평화적 이용과 안전을 위한 국제적인 기술지원을 받아들여야만 장래의 핵재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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