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중견기업] 인터넷 세상, 나를 거쳐가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남민우 대표

최근 유선통신업계의 화두는 트리플플레이서비스(TPS)다. TPS는 초고속 인터넷과 인터넷전화, 인터넷TV(IPTV)서비스를 한 회선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현재 KT.하나로텔레콤.LG데이콤 등은 이 같은 TPS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 업체의 경쟁을 즐기며 바라보는 업체가 있다. 국내 유선통신장비 1위 업체 다산네트웍스다. 경기도 성남시 수내동에 본사를 둔 다산은 이들 유선통신회사에 초고속 인터넷 접속 장비와 인터넷전화용 장비(IP-VoIP.인터넷 기반의 음성통화), IPTV용 셋톱박스 등을 공급하고 있다.

다산의 남민우(사진) 대표는 "수년 내 인터넷 속도가 더욱 빨라지면서 IPTV나 인터넷전화도 하나의 회선으로 전국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이라며 "이에 따라 유선통신장비 시장 규모도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산은 인터넷 네트워크 기술에서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춘 만큼 앞으로 펼쳐질 TPS시대에 글로벌 시장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다산이 현재 집중하는 분야는 통신망 고도화에 대비한 광가입자망(FTTH) 장비다. KT로부터 이미 41만 가구에 깔 장비를 수주했다. 이 장비는 하나의 광통신망으로 일반 가입자에 수백Mbps급의 초고속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게 해준다. IPTV와 주문형비디오(VOD) 시장도 빼놓을 수 없는 기대주다. 다산은 가입자들에게 고품질 동영상을 제공하는 부가 네트워크 장비도 준비 중이다.

다산은 3000억원 규모의 국내 유선통신 장비시장에서 50%가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초고속 인터넷가입자회선(VDSL)장비의 신규 공급이 늘어난 데다 인터넷전화가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사상 최대 실적인 154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다산이 현재와 같은 성장 가도에 접어든 것은 불과 3년 전 일이다. 2001년 국내 통신사업자들이 설비 투자를 줄이면서 한동안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다산은 2004년 독일의 다국적 기업인 지멘스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면서 반전의 기회를 잡는 데 성공했다.

남 대표는 "창업 초기부터 과감한 연구개발(R&D) 투자로 차세대 시장을 준비해온 것이 꾸준한 성장의 바탕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적자를 기록해 당장 내일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위기가 닥쳐왔을 때도 매출의 10~20%를 연구개발에 투자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멘스로부터 459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것도 결국은 이 같은 연구개발에서 축적된 기술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다산의 400명 인력 중 절반이 연구개발 관련 인력이다.

다산이 내세우는 또 하나의 무기는 가격 경쟁력이다. 다산은 2000년 초부터 단가가 낮은 장비들은 중국에서 아웃소싱으로 조달하고 있다. 남 대표는 "2000년대 초반 통신장비 시장은 삼성전자나 LG전자 등도 철수할 만큼 가격 경쟁이 치열했다"며 "당시 다산은 중국에 생산기반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위기를 이겨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산은 일본과 중국 등 해외 시장 공략을 서두르고 있다. 올해 일본의 소프트뱅크에 VDSL장비를 공급할 예정이다. 미국엔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의 장비 공급도 추진한다. 올해부터 회사 최대 주주가 '노키아지멘스네트웍스'로 변경됨으로써 글로벌 네트워크 시장 공략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노키아지멘스는 무선통신 장비시장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남사장은 "다산의 유선통신 기술력에 노키아지멘스의 무선통신 기술력을 결합할 경우 세계 최고의 유.무선 통신장비업체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 사장은 이젠 얼마 남지 않은 벤처 1세대다. 1984년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 직장생활을 하던 그는 93년 다산네트웍스의 전신인 다산기연을 설립하면서 사업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처음 도전은 엔진 검사 장비의 국산화였다. 이후 미국 시스코가 세계 시장을 장악한 라우터(인터넷 접속장비)의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토대를 다졌다. 남 사장은 청년 벤처인들에게 고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벤처를 성공시키려면 현재보다 미래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경쟁에 매몰되다 보면 초조감에 싸여 무리수를 두게 되고 결국 경쟁력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글=장정훈 기자<cchoon@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sski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