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선거 연기」 최대 쟁점/파고높을 14대국회 개원협상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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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민주 “연내 실시 않으면 대화 못한다” 강경/상위장몫도 관심… 민자 9­5­2 안배 검토
민자·민주·국민당이 각각 대통령후보의 선출을 끝냄에 따라 정국은 당내 정치에서 14대 개원국회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다. 여야 3당은 금명간 개별 또는 전체 총무회담을 연쇄적으로 열어 개원국회 협상을 진행한다.
그러나 이번 국회는 12월께 있을 대통령선거의 전초전 성격을 띠고 있는데다 지방자치단체장선거 실시 문제와 국회직배분 등 어려운 난제가 등장해 개원협상은 난항을 거듭할 전망이다.
○…민자당은 집권당으로서 넘어야 할 산은 많은데 야당에 떼어내줄 협상자원이 여의치 않아 고민이 많다. 가장 큰 부담은 역시 법규상 6월말까지 실시토록 돼있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의 연기 문제다.
노태우대통령의 단체장선거 연기선언에 따라 정부와 민자당은 95년 이후에나 선거를 실시키로 합의해 놓은 상태여서 단체장선거 연기를 위한 지방자치선거법 개정의 성사는 개원 국회의 지상과제다.
다른 경우처럼 적당한 주고 받기가 불가능한 협상이다. 민주당이 단체장선거 실시를 늦어도 대통령선거와 함께 하는 것이 전제되지 않는한 개원협상자체를 거부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민자당은 진퇴유곡인 상황이다.
그러나 민자당은 일단 법적 규정과는 달리 단체장선거연기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널리 퍼졌다는 판단이다. 지난 총선과정에서도 야당이 이 문제를 선거쟁점으로 부각하지 못한 점을 들어 야측의 적당한 반발속에 법개정 협상이 성공될 수도 있고 국민당과 정책협조를 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기대도 한다.
자치단체장선거에 관한한 다수결에 의한 표대결로 가더라도 13대처럼 야당이 실력저지를 하지 않을 것에 희망을 건다. 여기에는 최근 유화적 이미지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는 김대중민주당대표의 「온건 원내전략」에 대한 기대도 적지 않고 물리적 극한 충돌상황은 보이지 않겠다는 정주영국민당대표의 방침도 희망적 고려사항이다.
어차피 김용태총무의 협상력에 구조적인 한계가 있는 만큼 김영삼대표가 직접 원내진두지휘를 할 가능성이 많다. 김 대표는 대통령후보로서 맞는 첫번째 정치적 시험을 특유의 돌파력과 허를 찌르는 협상의 양면전략으로 나갈 것이다.
민자당은 우선 무소속 의원 당선자를 최대한 흡수해 1백65∼1백67석의 「여대」 상황을 조성해 놓고 김영삼­김대중,김영삼­정주영의 담판 협상을 통해 문제를 풀어 나갈 생각이다.
이 과정에서 최악의 경우 16개 상임위원장을 9대 5대 2로 나누는 방안도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행정·경제과학·교육청소년·상공·동자·보사위원회 등을 야당에 할애할 수 있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이같은 양보는 야당이 지자제문제에서 물러서줘야 한다는게 전제돼있다.
○…민주당은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연내 실시가 국회를 문열고 안여는데 핵심 전제조건임을 거듭 확인하고 있다.
김대중대표는 26일 대통령후보로 뽑힌뒤 기자회견에서 이점을 분명히 하고 김영삼대표의 면담제의에 대해 『정치적 약속도,법도 지키지 않는 사람들과는 만날 필요가 없다』고 강경입장을 밝혔다.
대신 국민당측과 협조,야권 공조의 시험대로 삼을 방침이어서 두 김씨는 정 대표를 상대로 동상이몽의 속셈을 보이고 있다.
김 대표는 정 대표와 김영삼 대표와의 제휴설에 대해 『정 대표에 대한 모독』이라고 정 대표를 야권쪽에 묶으려 하고 있다. 민주·국민당은 단체장 선거와 12월 대통령선거의 동시실시를 주장하는 공동입장을 취하고 있다.
국회상임위원장 배분문제는 『야당이 국회에서 과반수를 얻은 만큼 의석비율에 따라야 한다』는 것으로 「6개몫」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당은 「의회주의에 충실한다」는 원칙에 따라 조속한 개원을 민자·민주당에 요구할 예정이다.
국민당은 개원협상과정에서 단체장선거의 조기실시와 상임위의장직의 의석비율배분을 요구하고 국회전문위원직은 3당체제인만큼 3분의 1을 주장키로 했다.
정주영대표는 27일 기자간담회에서 『28,29일 열리는 당선자 정책세미나에서 개원협상 3개 요구조건을 당론으로 확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정남총무는 『개원후 민주당과 함께 단체장선거 실시,상임위원장 2석배석 등을 요구하겠지만 우리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더라도 표결에 승복하겠다』고 밝혔다.
다수결원칙과 대화와 타협의 정치에 순응하겠다는 국민당의 자세는 민자당의 선 등원·후 협상방침과 단체장선거 연기의 처리에 다소 희망을 주는 요인으로 전망된다.<전영기·오병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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