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투자처로 말레이시아 주목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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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호 25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고급주택가. 블룸버그

해외부동산 투자자들의 시선이 동남아 시장으로 쏠리고 있다. 특히 말레이시아가 1일부터 부동산 양도소득세를 폐지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달부터 양도세 폐지… ‘12년 주기설’ 외국인들 쏠려

지난해 11월 외국인 투자자의 부동산 소유 상한선을 폐지한 데 이은 이번 양도소득세 폐지는 주변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침체한 부동산 시장을 되살리기 위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금까지는 말레이시아 시민이나 영주권자가 아닌 경우 5년 이내에 부동산을 처분하면 양도차익의 30%를 납부해야 했다. 6년째부터는 5%가 적용됐다.

이번 조치는 말레이시아의 부동산 값이 12년 주기로 급등했다는 이른바 ‘12년 주기설’과 맞물려 투자심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부동산 시장은 1973년, 1985년, 1997년에 정확히 12년 주기로 호황을 구가했다. 주기설 신봉자들은 올해가 2009~10년에 펼쳐질 네 번째 붐의 초기 단계라고 주장한다.

또한 인접 싱가포르가 2005년 양도세를 폐지해 외국인 투자 유치에 박차를 가한 것과 흡사한 조치로 평가된다. 싱가포르 부동산 시장은 2005년 양도세 폐지를 비롯해 대규모 지역개발 계획, 카지노 사업, 도심재개발, 법인세 인하 등에 힘입어 고급 아파트를 중심으로 최근 2년간 가격이 급등했다.

에이스컨설팅 김선엽 대표는 “말레이시아의 부동산 시장이 물량 압박으로 침체돼 있었고 양도차익이 발생하더라도 다운계약서를 써서 해결하는 관행이 있어 지금까지 양도세 부담은 거의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그러나 부동산이 외환위기 전의 60%에 불과하고, 태국ㆍ필리핀에 비해 저평가돼 있으므로 앞으로는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CBRE 임동수 부장은 “2000년부터 짓기 시작한 물량이 쏟아져 나오면서 가격이 주춤했으나 정부가 외국인 자본 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어 외국인 선호지역은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말레이시아는 회교권이다. 중동 오일머니가 유입돼 일본과 중국 금리 인상에 따라 동남아시장을 떠나는 일본 및 화교자금을 상쇄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말레이시아는 싱가포르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물가, 수준 높은 국제학교, 저렴한 휴양시설, 한국과의 가까운 거리 등이 강점이다.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고 있어 자녀와 손자ㆍ손녀에게 영어 학습장을 제공하고 싶은 중년ㆍ노년층에 매력적인 곳이다. 이승익 루티즈코리아 사장은 “말레이시아에 대한 투자 증가는 프리 홀드(Free hold)에서 외국인에게 완전한 소유권을 인정해 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말레이시아는 해외 은퇴자들을 상대로 ‘말레이시아에 세컨드 홈을 갖자’(MMSH)는 내용의 유치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MMSH 프로그램의 일환인 ‘마이 세컨드홈 비자’는 재정능력만 증명하면 비자를 쉽게 발급해주고 의료보험, 자녀교육, 정부세금, 가정부 고용에 혜택을 주는 것으로 외국인 투자자에게는 매력적인 제도다.

해외투자는 정보 부족으로 인한 오판, 사기 피해 등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대기업 간부 출신인 박모(49)씨는 말레이시아 주거환경이 좋고, 값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암팡 지역에 방갈로(저택)를 구입했다. 그러나 그 집에서 1년째 살고 있는 박씨는 좀도둑이 많고 수질이 좋지 않아 불만스럽다. 말레이시아 갤럭시 타워 정남훈 이사는 “말레이시아의 경우 우리나라의 70~80년대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이므로 자신이 투자하는 현 지역에 대한 객관적 정보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인들은 주거여건이 좋은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 북서부의 몽키아라, 쿠알라룸푸르 인근 암팡 지역 등 세 곳에 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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