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4)어깨 관절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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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어느날 의과대학 재학생 한 사람이 곤혹스런 표정으로 찾아와 호소했다. 3형제 중 장남으로 유일하게 아버지가 권하던 의과대학에 다니면서 집안의 병에 대한 모든 자문을 받아오고 있었는데 부친이 몇개월 전부터 오른쪽 어깨관절에 동통이 시작돼 방에 도저히 잠을 이루지 못하며 이제는 통증으로 거의 어깨를 움직이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틀림없이 동결견으로 생각돼 그 동안 안정과 온열요법·약물투여를 계속하며『이 법은 치유기간이 상당히 오래 간다』고 설명했으나 이해를 못하시며『한달이 넘도록 하라는 대로 해도 나을 기미는 보이지 않고 계속 아프기만 하니 아들녀석 의과대학에 보내도 아무 소용없다』고 역정을 내시며 한약을 드시려한다는 호소였다.
이 질환은 45∼60세에 잘 발생해 일명「50견」이라고 하며 특별한 이유 없이 또는 가벼운 외상 후 견관절에 통증과 경직이 오게된다. 통증은 견관절을 어느 방향으로 건 움직이려 하면 악화되며 아픈 쪽으로 누워 잠자는 것을 방해할 정도로 밤에 통증이 심하다.
이 질환은 어깨주위 근육이나 관절막, 상완 이두근 및 주위 조직의 연령성 퇴행 변화의 결과로 나타나게 되고 때로는 어깨주위 근육의 파열이나 건초염 또는 장가간의 어깨 고정, 심근 경색증, 경추 디스크, 뇌졸중 등의 질환 말기에 나타나기도 한다.
증세는 처음에 통증과 경직이 심해지다가 그후 통증은 줄어드나 경직이 지속되다가 회복시기로 들어간다. 후유증은 거의 없이 어깨의 운동이 회복되기는 하나 각 단계는 4∼8개월이 소요되므로 회복되는데 보통 1∼2년이 걸리게 되므로 인내심이 필요하다.
초기에는 진통제의 투여와 함께 안정·온열 요법을 시행하며 압통이 있는 부위에 국소 마취제를 주입하기도 하며 차츰 운동 요법을 시행한다.
이런 내용을 그 학생편에 상세히 부친께 적어 보냈더니 약 한달 후 그 학생이 만면에 웃음을 띠고 고맙다는 인사를 하러왔다.【채인정<고대의대 여주의료원장·정형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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