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남부순환도로 횡단 초등학생 등교 길|"동네에 학교 세워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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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서울 신월7동 지역 어린이 6백여 명이 교통사고다발지역인 남부순환도로를 횡단, 신월4동 강서-초등학교까지 위험한 장거리통학을 하고 있어 국교신설을 요구하는 학부모와 구 의회의 진정·건의가 계속되고 있다.
이 같은 사태는 신흥주택가인 신월7동에 80년대 후반부터 주로 아파트·다가구주택이 들어서면서 인구가 급증했으나 초등학교가 단 1곳뿐이어서 수용능력의 한계에 이르자 서울시교육청이 일부 어린이들을 타 지역학교로 배치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양천구의회·지역사회단체·학부모들은 신월7동 공원용지 내 자연녹지에 1개 국교를 신설해 줄 것을 서울시에 요청하고 있으나 서울시는 공원용지보존을 내세워 이를 불허하고 있다.
◇실태=신월7동은 80년대 후반부터 신흥주택가로 개발되기 시작, 현재 3만4천여 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으며 취학대상 어린이는 4천3백여 명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이 지역에는 88년 개교한 강월초교 1개교만이 있고 그나마 현재 취학아동수가 3천7백 명으로 포화상태. 학급 당 아동수가 58·6명으로 과밀학급기준(52명)을 넘어서고 있다.
이 때문에 6백여 명은 남부순환도로 건너편에 위치한 신월4동 강서초교로 장거리통학을 하고 있다.
◇교통사고위험=이들 어린이들이 통학을 위해 통과해야 하는 남부순환도로는 김포공항을 오가는 과속차량의 통행이 빈번한 왕복 8차선도로이나 어린이들의 통행구간에는 육교·지하도 없이 횡단보도만 설치돼 있어 교통사고위험이 매우 높다.
이 일대에서는 지난 한해동안 무려 2천9백61건의 사고가 발생해 22명이 사망했고 올 들어 1, 2월 두 달 동안만도 3백43건의 사고가 일어나 13명이 숨졌다. 장거리 통학을 하는 박다형양(11·강서초 5년)의 어머니 김판임씨(44·신월7동994)는『어린 딸아이가 어른들도 건너기가 겁나는 도로를 건너 1km가 넘는 장거리통학을 하고 있어 늘 가슴을 죄고 있다』며『지름길을 택해 횡단보도가 아닌 곳으로 무단횡단 하다 교통사고를 당하는 일도 있어 학교신설이 늦어진다면 우선 육교라도 놓아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서초교에서는 교통사고 방지를 위해 매일 등-하교 때 횡단보도에 교사와 고학년 주번어린이를 배치하고 있으며 학부모들도 교대로 횡단보도를 지키고 있다.
◇대책=양천구 의회와 강월초교 육성회·강서초교 어머니회 등은 1월 청와대·서울시 등에 진정서·건의문 등을 보내 신월7동85의12 일대 공원용지 3천여 평에 30학급 1천5백 명 규모의 양신초교(가칭)를 신설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들은 진정서 등에서『지역 내 강월초교는 부지가 모자라 교실증축이 불가능하고 신월7동 내에 앞으로도 6백∼7백가구분의 주택이 들어설 계획이어서 학교신설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할 양천구청 측도 신월7동 내에 공원용지이외에는 학교를 세울 부지가 전무한 실정을 감안, 이미 지난해 3월 27일 서울시에 공원용지 해제를 요청했다.
서울시는 이와 관련, 줄곧「절대불허」방침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올해 2월 7일 구 의회에 보낸 공문에서는『녹지공간 확보를 위해 해제대상 공원에 인접한 동일면적의 대체공원을 확보하기 전에는 해제가 불가능하다』며 다소 완화된 입장을 보였다.
이에 따라 양천구는 신월7동755일대 공원용지 4천여 평을 시에 기부 채납하는 조건으로 학교신설을 위한 공원용지해제를 요청할 예정이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이 사유지가 포함된 두 곳의 공원용지를 매입해야 하고 서울시의회의 동의와 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므로 학교신설 전망은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서울시의회는 지난 88년 하반기부터 자연녹지보존을 위해 공원용지를 학교용지로 해제하는 것을 일절 불허해왔다.<이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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