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투자지 베트남을 잡아라”/수교임박따라 기업움직임 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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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60∼70여개기업 이미 진출 시장개척/저임노동 풍부 우회수출기지로 최적
노태우 대통령이 최근 AP통신과의 기자회견을 통해 『베트남과 조만간 수교하게 될 것』이라고 밝힘에 따라 관련업계가 베트남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베트남이 수교하게 되면 구사이공이 함락(75년 4월30일)된후 17년만에 양국의 관계가 정상화되는 것이다. 정부는 현재 베트남과의 막후협상을 끝내고 발표만을 남겨두고 있는데 수교시기는 빠르면 상반기,늦어도 연내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의 국교가 회복되면 새로운 투자대상지로 각광받고 있는 베트남에 대한 투자와 교역이 크게 늘어나는 것은 물론 「지구의 마지막 미개발지」로 남아있는 인도차이나반도에 대한 발판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와 베트남의 교역규모는 지난 88년 7천6백만달러에서 89년 8천7백만달러,90년 1억5천만달러,91년 2억4천만달러로 해마다 큰폭으로 늘고 있다.
국내기업의 베트남에 대한 투자는 작년 6월말 현재 5천7백90만달러로 전체 외국인투자(21억1천1백80만달러)의 2.9%를 차지하고 있으며 투자규모로는 11번째다.
국내기업의 베트남진출은 공식적으로 8건에 불과하지만 이미 60∼70여개의 기업이 베트남에 들어가 있으며 약 2백여명의 기업인이 호치민·하노이시 등에 머무르고 있다.
베트남은 값싸고 풍부한 양질의 노동력(인구 6천7백만명)을 갖추고 있어 섬유·봉제 등 고임금으로 국제경쟁력을 잃은 업종의 국내기업이 진출할 경우 우회수출기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베트남의 국교가 정상화되면 베트남에 대한 GSP(일반특혜관세) 혜택이 제공될 것은 거의 확실해 베트남을 생산기지로 삼아 선진국시장을 공략하는데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다.
베트남은 현재 국민소득이 연간 2백만달러에 불과하지만 석유·석탄 등 풍부한 천연자원을 갖고 있는데다 동남아시아의 한가운데 위치,이 지역에서 가장 많은 성장잠재력을 갖춘 나라로 주목받아왔다.
매장량 10억배럴의 베트남 최대 빅베어유전개발권을 겨냥해 이미 지난 1월 진념 동자부장관이 베트남을 방문했고 유개공·삼성 등으로 컨소시엄을 구성,일본을 상대로 로비경쟁을 벌이고 있는 단계다.
베트남은 통일이후 사회주의체제의 비효율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으나 지난 86년 제6차 전당대회에서의 결의에 따라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한 이른바 「도이모이」(쇄신)정책을 추진,개방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토지와 생산수단의 사유화를 인정하고 민간기업의 설립을 유도하는등 시장경제의 도입을 강력하게 밀고 나가는 한편 87년말 외국인투자법을 만들어 외국기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베트남은 특히 베트남전쟁이 일어나기전에 자신들보다 경제력이 뒤졌던 한국이 공업개발국으로 성장한데 주목,한국을 발전모델로 삼고 있어 양국간 경제협력이 다른 나라보다도 유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베트남은 그러나 일련의 개혁정책에도 불구하고 아직 「베트남식 사회주의」를 고수하고 있으며 관료주의의 병폐가 곳곳에 남아있어 당장에 큰 이익을 기대하기 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베트남과의 경제교류를 늘려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길진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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