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자원이자 인간의 활력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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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산과 나무는 국가장래를 약속하는 금고와 같습니다. 자원이 부족한나라에 자원을 제공하고 인간에게 끊임없이 활력을 줍니다. 도시환경이 악화돼 가는 요즘에는 산을 찾고 나무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더욱 늘어나고 있어요. 그러나 문제는 활용인구만 늘었지 가꾸는 사람은 줄고있다는 점입니다.』
강원도 춘천태생으로 73년부터 경기도 양평, 강원도 홍천 일대 50만여 평에 낙엽송·잣나무 등 15종 43만여 그루를 심는 등 훌륭한 경제림을 가꾸어 모범조림가로 손꼽히고 있는 한국독림가협회 부회장 이규현씨(57).
춘천고교(작년)와 단국대(60년)를 졸업한 그는 지난 60년 강원도에 발을 들여놓은 후 90년 병무청에서 명예퇴직하기까지 31년 동안 산림과는 동떨어진 공직생활을 하면서도 79년 경기도조림 왕에 선정되기도 했고 86년에는 산림청장 표창을 방기도한 이색인물이다.
『67년 수원 경기도병무청에서 청사조경을 맡으면서 조림에 눈을 떴어요. 인근 농촌진흥청·임업시험장·육종연구소를 찾아다니면서 나무의 생태와 식재 방법을 배웠지요. 선산을 일구고 국유림을 빌려 나무를 심기. 시작했지요 . 69년과 72년 두 차례의 병무 파동 중 동료들이 무더기로 잘려나가는 홍역을 치르면서 거짓이 없고 뿌린 대로 거두는 산과 나무들에 좀더 사탕과 정성을 쏟게 됐답니다.』
재경 춘천고교 29회 동기모임인 강일회의 도움을 받아 심은 현사시·은행나무 5천여 그루가 말라죽을 땐 식욕도 없고 불면증에 시달리기도 했다는 그는 나무 심을 땐 기후조건을 잘 선택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상처한 그는 임업후계자인 외아들 덕룡씨(25) 와 두 딸 등 온 가족이 나무심기에 매달리는 동안 6천만 원의 빚을 졌다면서 독림가들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나무의 경제성이 인건비 등으로 위협받고 당국의 정책지원이 적다는 점이라고 했다.
『조림은 수익으로 되돌아오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사회간접자본입니다. 때문에 정책지원이 없는 한 성공하기 힘듭니다. 우선 값싸다고 국산 간벌재를 외면하고 목재를 수입하는 것도 문제지요. 임간학교나 청소년극기훈련장·자연학습장 등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비싼 인건비를 줄일 수 있도록 군인이나 모범재소자를 활용하는 방안 등이 절실합니다.』
선진국처럼 정부가 선정하는 독림가가 사회적으로 좀더 인정받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보는 그는 국가장래를 위해 개발은 최소화하고 임업기능인을 양산해야하며 환경보호사상이 보다 폭넓게 확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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