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감형대상 안된다/서울고법 판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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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만취상태 범죄 심신미약 인정못해”/행인역살 탤런트에 1심 3년형 깨고 5년형 선고
비록 정신을 잃을 정도로 만취상태였다 하더라도 음주운전범죄는 형법에 규정된 심신미약에 따른 형량 경감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 판결은 지금까지의 판결 경향을 뒤엎고 음주운전사고와 관련된 죄에 대해 심신미약에 따른 형량 경감을 인정하지 않은 첫 판결로 대법원의 판결이 주목되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임대화 부장판사)는 8일 만취된 채 행인을 치어 숨지게한 뒤 시체를 수풀속에 버린 혐의로 구속기소됐으나 심신미약상태가 인정돼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탤런트 조형기 피고인(33·인천시 산곡2동)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죄등을 적용,원심을 깨고 형량을 높여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조피고인이 술에 만취돼 숨진 사람을 옆에 두고 현장에서 잠든 점으로 미뤄 심신미약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점은 인정되나 음주운전하게된 동기가 자신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의한 것으로 보아 감형의 대상에서 예외적으로 제외돼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만약 만취상태의 음주사고 운전자에게 심신미약에 의한 감형을 적용할 경우 일반 운전자보다 만취 운전자에게 더 가벼운 형이 내려지는 모순이 생긴다』며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음주운전자에게는 중한 벌을 내리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판결은 늘어나는 음주운전사고에 대해 엄벌로 응징하겠다는 법원의 의지로 풀이돼 주목된다.
그러나 형법상 사물의 판별능력·의사결정능력이 떨어지는 상태(심신미약상태)에서 죄를 저지른 범인에 대해서는 형을 감형해 주도록 돼있어 법률적 논란이 예상된다.
조피고인은 지난해 8월 강원도 정선군 정선읍 국도에서 만취된채 자신의 승용차를 몰고가다 나점례씨(30·여)를 치어 숨지게 한뒤 12m 떨어진 길옆 수풀속에 시체를 버려두고 차안에서 그대로 잠드는 바람에 7시간뒤 경찰에 붙잡혀(검거 당시 혈중알콜농도 0.27%) 구속기소됐었다.
조피고인은 1심에서 술에 취해 정상적이 아닌 의식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점이 인정돼 형이 감형됐었다.
조피고인은 TV드라마 『사랑과 야망』에 출연했었으며 88년 연기상을 수상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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