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YS 등 역대 대통령 기록관 건립에 힘 실릴 듯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노무현 대통령 기념관이 노 대통령이 퇴임한 후 고향인 경남 김해에 있는 인제대학에 건립될 예정이다. 이 기념관에는 노 대통령과 관련한 각종 기록물 등이 전시된다.

윤승용 청와대 홍보수석은 16일 "노 대통령 기념관 건립을 인제대 측이 제안해 이를 합의했으며, 앞으로 구체적인 계획을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윤 수석은 "대통령이 퇴임 후 귀향하겠다고 한 만큼 이왕이면 고향 김해에 있는 인제대가 좋지 않겠느냐는 생각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13일 인제대의 백낙환 이사장, 이경호 총장 등과 청와대에서 만찬을 했다. 이 자리에서 백 이사장은 "대통령 기념관을 인제대에 설치하겠다고 결정하면 학교 측에서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으며 노 대통령은 "참 좋은 생각"이라고 답했다고 윤 수석은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인제대 측이 그동안 퇴임 뒤 노 대통령의 기념관을 유치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와 13일 만찬 자리가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인제대 측은 "연세대에 세워진 김대중 도서관 정도의 기념 도서관을 건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제대가 현직 대통령의 기념관을 짓기로 함으로써 이를 계기로 역대 대통령들의 기록관 건립 운동에도 힘이 실릴 것 같다.

중앙일보는 올 초 한국 사회에 던지는 2007년 '7대 어젠다' 중 하나로 '역대 대통령 기록.도서관을 만들자'고 제안했었다. <본지 1월 2일자 1, 4, 5면>

당시 도움말을 줬던 정성화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장은 "미국의 경우 대통령 고향에 있는 대학 등이 중심이 돼 기록전시관을 만들어 연구하고 있다"며 "노 대통령의 경우에도 인제대에 그 같은 시설이 설립되는 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 기회에 정부가 이승만.박정희.최규하 등 기록관이 없는 역대 대통령들의 관련 시설을 마련하는 데도 관심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27일 노사모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퇴임 뒤 고향집에 노무현 대통령 기념관이 만들어질 것"이라며 "이름이 노무현 기념관이 될지, 노사모 기념관이 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는데 알맹이는 아마 3분의 2 이상이 노사모 기록으로 채워질 것"이라고 말했었다.

윤 수석은 기념관 설립 예산으로 20억원이 책정됐다는 소문에 대해 "전혀 사실과 다르다. 인제대 쪽에서 자체적으로 추산한 액수인 것 같다"며 "가시화되려면 퇴임 뒤가 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기념관과 별도로 인제대 서울 캠퍼스에 가칭 '노무현 스쿨'인 공공정책대학원 설립을 추진 중이라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윤 수석은 "그런 계획이 없다"고 부인했다. "다만 청와대 만찬 당시 노 대통령이 여담으로 '(퇴임 뒤) 귀향하면 후배들에게 여러 생생한 경험을 강연할 수 있으면 좋지 않겠나'라고 말했을 뿐"이라며 "강연 방법이야 인터넷 강좌 등 여러 방법이 있지 않느냐"고 했다.

박승희 기자

◆ 인제대=경남 김해시에 있는 사립 종합대. 구한말 의사인 백인제(6.25 때 납북) 박사가 1932년 창립한 백병원에 뿌리를 두고 아들 낙조(사망)씨와 조카 낙환씨가 79년 인제의과대학을 설립했다. 89년 종합대로 승격됐다. 현 이사장인 백낙환씨는 백낙청 서울대 교수의 형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