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감정 내걸면 표 주지말자(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우리 정치지도자들이 급기야 중앙선관위로부터 선거법위반과 선거분위기 과열·혼탁의 주모자로 경고를 당했다. 연말에 있을 대통령선거를 겨냥해 이번 총선을 전초전 쯤으로 이용하고 지역감정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들이 참여하는 정당연설회등 각종 집회의 선거법 위반이 다른 집회보다 더 심한 것으로 지적됐다.
여야당 수뇌부의 선거운동 행태를 보면 이런 경고를 들어 싸다. 대개의 정치지도자가 그렇지만,특히 몇몇 사람은 완전히 총선과 대통령선거를 혼동하고 있다.
총선후의 대통령후보 지명대회를 크게 의식할 수 밖에 없는 민자당의 경우 부산·경남지역의 정당연설회는 국회의원 선거운동인지,대통령 선거운동인지 분간이 안갈 정도였다는 것이다. 그곳의 정도가 심했을 뿐이지 선거가 종반에 접어들면서 이런 행태는 여야를 가릴 것 없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특정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정치지도자들이 대권몰이로 선거지원활동을 하다보니 총선부터가 지역싸움 비슷한 성격을 띠게 되고 그런데서 이득을 보려는 정치지도자·후보·운동원들은 또 다시 망국적 지역감정을 불붙이고 있다. 선관위의 이번 경고서한은 특정지역에 기반을 둔 민자·민주·국민당의 지도층을 지역감정에 기대는 대권도전자로 논고한 것이나 진배없다.
총선거 운동과정에서 대통령 선거운동을 하면 그것은 명백히 사전선거운동으로 대통령선거법 위반이다. 그 자체가 위법일 뿐 아니라 또 다른 불법을 파생하게 된다. 예컨대 국회의원 선거운동은 지역구 단위로 하면 되는데 대권을 의식하다 보니 국회의원선거법에 위반되는 대도시 연합집회란 발상이 나오는 식이다.
따라서 총선거를 대통령선거 전초전으로 이용하는 행위는 결단코 막아야 한다. 경고했는데도 안 들으면 선관위는 위법행위를 낱낱이 적시해 공개하고 사직당국에 고발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선관위가 더 엄중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한 다짐에 기대를 걸고자 한다.
우리는 지난 13대 총선후 4년이 지나면서 지역감정의 뿌리는 여전하지만 그 강도가 상당히 완화됐다고 믿었다. 그러나 이번 총선을 겪으면서 지역 편가르기가 다시 심화되는 걱정스런 느낌을 금할 수 없다.
특정 정치지도자가 지역감정을 이용해 단기적으로는 이득을 본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따지고 보면 별 이득도 없다. 오히려 손해볼 위험이 크다. 한 사람이 자기 텃밭에서 기세를 올리고 지역감정을 자극하면 상대지역에서 가만히 있겠는가. 견제심리가 발동해 결국 득실이 상쇄되고 만다.
상쇄될뿐 아니라 지역감정의 폐해에 대한 우려가 지금은 널리 확산되어 있기 때문에 중립적인 지역의 주민들은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정치지도자에게 후한 점수를 줄리가 만무하다.
상대지역의 역지역감정을 자극해 표 몰아주고,기타지역에서도 지역감정을 이용한다고 표 떨어지니 결국 길게 보면 손해보는 행동이다.
시도 때도 없이 대권을 내걸고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고질병에는 깬 국민들의 엄정한 한 표만이 그 병을 깨는 최고의 특효약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