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타민] 새뱅이·곳체다슬기는 '오염 계측 생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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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옛날 석탄 광부들은 카나리아를 갖고 갱으로 들어갔다고 합니다. 카나리아가 의식을 잃으면 광부들은 갱도 밖으로 몸을 피했습니다. 카나리아가 해로운 일산화탄소에 훨씬 민감하다는 점을 이용한 것입니다.

이번에 새뱅이.대륙송사리.곳체다슬기도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이들 세 종의 토종생물을 이용해 화학물질의 환경 독성을 평가하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합니다.

새뱅이는 몸길이 25㎜의 소형 민물 새우로 남한 전 지역에서 살고 있습니다. 길이가 3, 4㎝인 대륙송사리는 일반 송사리보다는 약간 작은 물고기입니다. 곳체다슬기는 국내 아홉 종의 다슬기 가운데 하나로 황갈색을 띠고 3㎝ 정도 되는 길쭉한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과학원 연구팀은 유해물질을 다양한 농도로 첨가한 수조에 이들을 넣어 얼마나 견디는지를 조사했습니다.

시험 결과 외국 생물에 비해 이들 토종 생물이 오염물질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오염물질이 존재할 때 토종이 빨리 '비상신호'를 보낼 수 있어 훨씬 유용하다는 뜻입니다. 토종은 아니지만 지렁이도 토양 속에 유해물질이 들어있을 때 민감한 반응을 보입니다.

이렇게 개발된 생물은 화학물질과 공장폐수의 독성을 평가하는 데 사용됩니다. 여러 오염물질이 한꺼번에 들어있어 일일이 분석하기 까다로운 폐수에 활용하면 빠르고 간편하게 독성을 평가할 수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는 매년 2000~3000종의 화학물질이 새로 개발되고 있는데 이런 독성평가로 환경기준치를 정하기도 합니다. 평소 하천이나 토양에 있으면서도 눈에 띄지 않던 생물들이 자연의 건강을 지키는 큰 역할을 하게 된 셈입니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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