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풀린 구 소련 핵 위험 방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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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독립 국가연합(구소련)이 미국의 핵 무기폐기운동에 호응해 대부분의 핵무기를 한곳에 이동, 폐기키로 했으나 연방해체에 따른 어수선한 사정으로 통제혼란과 제3세계로의 유출 등 위험성이 따르고 있다.
지난해 10월5일 소연방 해체 후 가진 독립국가연합수뇌회의에서 러시아공화국 이외 지상에 배치된 대규모 핵무기를 7월1일까지 한곳에 모아 폐기키로 합의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등은 러시아라는 강대국 옆에서 비핵 보유국으로 남는데 크게 불안감을 느끼고 있어 협정 이행준수가 불확실해진 것.
현재 독립국가연합 각지에 배치된 대규모 핵무기는 ▲ICBM(대륙간탄도탄)1천35기(23기지)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9백12기(4기지) ▲단거리탄도미사일 6백기 등으로 미국에 비해 숫자적으로 훨씬 많다.
세계의 전략핵무기전문가들이 극히 우려하고 있는 것은 각지에 배치된 핵무기가 과거 강력한 소연방통제하에 있다가 독립국 재편성과정에서 통제가 극히 느슨해져 있다는 점.
핵무기가 발사돼 목적지에 서 폭발하기까지는 ICBM등 대규모 핵탄두는 12개의 버튼을, 대공미사일등 소규모핵탄두는 3∼5개의 버튼을 암호에 따라 차례로 눌러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연방해체에 따라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이 갖고있던 제1버튼(암호박스)이 러시아 대통령 옐친에게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제 2버튼은 국방장관이 관장하며 그 다음은 군지휘 체제 레벨에 따라 최종 발사 담당 장교에게까지 순차적으로 돼있다.
그러나 현재 정치·경제혼란으로 옐친과 KGB의 외상이 크게 약화돼 있는 데다 각 공화국이 핵무기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어 통제가 상당히 어려워진 상태.
따라서 발사통제가 갑자기 몇 단계로 단축, 실수로 발사단추를 누르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과 1백52㎜ 자주포 발사용 핵탄두 등 소규모 핵탄두의 경우 리비아·시리아 등 제3세계로의 유출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독립국가연합내 소규모 핵탄두는 약2만발로 보스턴가방에 들어갈 직경15㎝정도의 작은 것도 많아 테러리스트들이 노리고 있는 가장 중요한 무기가 되고 있다.【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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