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뛰는 사람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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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돈과 쾌락이 최고의 가치인양 추구되는 세태다.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나 혼자 잘 벌어서 나혼자 잘먹고 잘살면 그만이라는 탐욕과 이기주의가 판치는 시류다. 이런 세태와 시류속에서 자의적 도덕적 중심을 잃고 표류하는 것이 오늘날 우리사회의 대부분 인간들의 모습이다.
그러나 이러한 가치관의 혼돈과는 상관없이 자신의 신념과 사명에만 오로지 전념하는 사람들도 많다. 세상이야 비틀거리든 말든,미쳐 날뛰든 말든 아랑곳 하지않고 자신이 종사하는 일에 모든 정성을 쏟고 발전을 향해 정진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이 몰가치의 세태속에서도 우리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고 보다 더 나은 내일을 내다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의 꺾이지 않는 의지와 땀흘리는 노력을 소개하는 『앞서 뛰는 사람들』이란 기획기사가 중앙일보 신년호부터 연재되고 있다.
지난 15일자까지 6회에 걸쳐 소개된 사람들의 행적을 보면 공기와 물로만 농작물을 재배하는 수경재배 법으로 무공해 채소류와 난을 생산해서 농산물 개방에 맞서고 있는 30대의 농학도와,선진국에서도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미개척 첨단 과학기술인 미세인공혈관 개발에 전념하고 있는 50대의 화학박사도 있다.
국내에서는 이미 사양산업화된 양잠기술을 멀리 태국까지 갖고가 잠업기술을 해외에 전파,보급하고 있는 40대 농학도와,물려받은 유산을 몽땅 털어바쳐 복지병원을 설립해서 병들고 의지할데 없는 불우이웃에 무료 인술을 베푸는 독일유학 경력의 경영학도 출신 「슈바이처」도 있다. 컴퓨터 분야에서도 최첨단 기술인 신경망컴퓨터 연구에서 세계수준에 도전하는 공무원 출신 과학자가 있는가 하면 새로운 재배기술과 가공기술을 개발해 딸기를 수출농산물로 육성하고 있는 농촌지도자도 소개되고 있다.
이 『앞서 뛰는 사람들』의 기사를 살펴보면 각자 일의 분야나 성격은 다르지만 공통된 특징이 쉽게 눈에 뛴다. 우선 일상적인 생활의 타성이나 평범한 상식에 안주하지 않고 지치지 않는 연구,실험정신으로 안이한 타성과 상식에 도전한다는 점이다. 그들은 또한 주변의 추세나 개인적 영달을 좇지않는다.
정부나 사회단체등 남에 대한 의타심이나 남을 탓하는 일 없이 자력으로 굳은 의지를 갖고 자기일에 헌신적으로 봉사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확연히 눈에 들어온다. 이들은 무능하고 병든 정치에 상관하지 않고 그러한 정치의 힘을 빌리려 하지도 않는다.
묵묵히 올곧게 자기임무에 전념하며 『앞서 뛰는 사람들』이 이들 뿐만은 아닐 것이다. 각계각층에 이런 사람들은 수 없이 많다. 우리는 이들에게서 이 나라의 밝은 장래를 기대할 수 있다. 또 우리들 평범한 생활인들의 귀감을 발견한다.
소득이 좀 높아졌다고 해서 사치와 낭비로 흥청대고 술과 도박과 쾌락에 탐닉하며 취생몽사 하는 세태와 시류에 대한 각성과 경종의 본보기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기주의와 탐욕으로 혼란에 빠진 우리사회에 이들의 헌신과 봉사,의지와 용기가 구원의 불씨임을 인식하고 본받아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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