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선로보선원들 작업거부/안전점검 사흘째 중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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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대피시설 없어 일하던 동료사망 항의/“목숨건 곡예 더이상 할 수 없다”/공사,3년전부터 설치요구 예산부족등 이유 외면
서울지하철 1,2,3,4호선 전구간이 선로보수를 맡고 있는 보선원들의 작업거부로 선로 안전점검을 하지않은채 15일부터 3일째 운행되고 있는 사실이 밝혀졌다.
선로의 안전점검 중단은 13일 작업중이던 보선원이 전동차에 치여 사망하자 보선원들이 지하철개통이래 최소한의 안전대피시설 조치도 없이 계속돼온 열차운행중 작업은 규정에 어긋나는 불법이라며 작업거부를 결의했기 때문으로 이에 따라 지하철공사 보선원 5백50명은 전동차운행이 끝난 새벽 1∼4시 사이의 선로보수작업만 형식적으로 하고있을 뿐이다.
이 때문에 서울지하철 1∼4호선 전동차 1천2백량이 3일째 대형사고 위험성을 안은채 운행되고 있는데,이에대해 서울지하철 공사측은 『당초 설계가 잘못된 것으로 전철의 전면적운행 중단과 누수위험 때문에 당장 대피시설 공사를 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사고=13일 오전 9시44분쯤 지하철 1호선 하행선 서울 신설동역지점 50m지점에서 선로순회점검중이던 보선원 변병일씨(34)가 신설동역을 출발해 동대문역으로 가던 전동차를 발견,반대편 상행선 선로쪽으로 긴급대피하다 때마침 동대문역을 출발해 신설동역으로 진입하던 전동차(기관사 이기영·38)에 치여 숨졌다.
이날 사고는 선로점검작업중인 동료 2명과 20∼30m 떨어진 지점에서 신설동역방면에서 출발하는 전동차를 감시하던 조씨가 발견즉시 동료들에게 신호를 보내고 반대편선로로 이동했으나 맞은편에서 오던 상행선 전동차를 미처 발견하지 못해 일어났다.
사고가 난 지점은 전동차 운행코스를 변경하는 분기점으로 상·하행선 선로 가운데 기둥이 없고 양쪽 벽에 유사시 대피할 수 있는 대피시설이 있어야 하나 좌우 70∼80m지점까지 대피시설이 없다.
◇시설·작업실태=지하철 1호선구간에는 청량리·신설동·종각·서울역등 네곳에 선로를 바꾸는 분기부가 있으나 설계당시부터 안전대피 시설이 되어있지 않았다.
선로원들은 각분기부의 길이가 2백10m여서 규정에 따라 양쪽 벽면에 20m간격으로 모두 80여곳의 대피시설을 설치해줄 것을 2∼3년전부터 요구해왔으나 공사측은 예산부족·공사때 누수 등을 이유로 미뤄왔다.
이에 따라 선로원들은 순회 점검때는 1∼3분마다 오가는 전동차를 피해 목숨을 건 곡예를 벌여야한다는 것.
특히 지난해 11월15일 시청앞∼종각역구간에서 선로 파손으로 인한 전동차사고가 발생한 이후 작업이 강화됐으나 자동화장비가 전무해 쇠망치로 선로를 일일이 두들겨보는 원시적 점검에 의존하고 있고 전동차의 접근을 알리는 자동경보장치도 없어 안전대책이 전혀 없는 실정.
◇규정=지하철건설 규칙 제6장 70조3항에는 지하분기부 양측벽에 손잡이를 설치하고 적절한 통로를 확보토록 되어있으며,지하철선로정비규정 제102조는 열차를 피하기 곤란한 장소에는 20m 간격으로 대피소를 설치토록 하고 있으나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이하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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