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공화군 테러 잇따라 “몸살”/영국(지구촌 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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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독립요구협상 진전없자 작년부터 활동강화/영,돈줄차단등 봉쇄작전 성과없어 고민
영국으로부터 북아일랜드의 독립을 요구하는 테러단체 아일랜드공화군(IRA)등에 의한 고질적 테러활동에 시달리고 있는 영국정부는 최근 이들 테러조직의 자금줄을 차단하는 원천적인 테러봉쇄작전을 크게 강화하고 있으나 아직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영국정부는 지난해 북아일랜드지역의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 정치단체들간 협상을 주선하는데 성공,지난 20여년간 3천여명의 희생자를 낸 이 지역의 분쟁이 종식되리라는 기대를 불러일으킨바 있다.
그러나 협상은 정치단체들간에 현격한 견해차만을 노출시켰을뿐 아무런 진전을 이루지 못했고,오히려 IRA나 프로테스탄트 민병대조직등 비합법조직들의 입장만을 강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으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들 극렬단체들의 활동이 부쩍 늘어나는 추세다.
영국정부는 당분간 협상에 의한 북아일랜드문제 해결은 기대하기가 어렵다고 판단,강화되고 있는 테러활동 차단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테러조직을 유지하는 「산소」라고나 할 자금줄 차단작업은 북아일랜드 지역경찰인 로열 얼스터 경비대(RUC)산하 C13과 북아일랜드를 통치하는 영국정부기관 소속 비밀조직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C13은 지난 86년 창설됐으나 본격활동을 시작한 것은 최근들어서이며,영국정부소속 비밀조직은 아주 최근에 창설된 것으로 각종 회계사무·세법등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IRA가 연간 약 8백만파운드(한화 85억원)의 자금을 조성해 무기구입,5백여명에 달하는 조직원의 활동자금,조직원 은신처 확보 등에 사용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으며,프로테스탄트계 민병대 조직도 연간 약 2백만파운드(22억원)의 자금을 조성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들 반테러조직들의 활동은 주로 IRA의 자금원 추적에 집중되고 있는데 이는 IRA의 자금조성이 조직적이며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파악된 IRA의 자금조성방법은 크게 네가지로 나뉜다.
첫번째로 꼽을 수 있는 것이 벨파스트 시내 IRA 근거지에서 운영되는 택시회사들이다. 이들중 상당수는 IRA 위장회사들이거나 아니면 IRA를 지지,기부금을 제공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둘째로는 70년대 한창 계속되던 폭동으로 불타버린뒤 그곳에 들어선 주민사교클럽들이다.
벨파스트 시내에 있는 이들 사교클럽들은 무허가로 술을 팔아 그 돈을 IRA에 제공하고 있다.
세번째는 탈세를 통한 자금조성. 벨파스트에서 진행되는 각종 건설공사의 하도급업체들은 가짜 면세증명서를 만들어 탈세한 돈을 IRA에 제공하고 있다.
이밖에 IRA는 북아일랜드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에 보호비 명목의 돈을 뜯어내기도 하는데 이를 위해 IRA는 기업들을 대상으로한 테러를 감행,공포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6일 벨파스트 시내중심가에서 일어난 2건의 차량폭파사건은 이같은 목적으로 자행된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아직까지 C13이나 영국정부에 의한 IRA자금 차단활동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영국정부는 지난해 북아일랜드 법안을 제정,테러조직에 관련된 기업체·단체들의 자산을 몰수할 수 있는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벨파스트에서는 IRA의 활동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신페인당(IRA전위조직)·정치범복지위원회·녹십자 자선단체·서부 벨파스트 택시보험조합등이 여전히 활동하고 있다.
영국정부는 IRA의 자금요청을 거절한 기업들이 IRA의 공격으로 본 피해를 보상하는 기금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이 기금의 지출규모가 매년 기록을 경신하고 있음에도 불구,지난해부터 IRA의 기업들에 대한 보호비 갹출은 크게 늘고있는 것으로 기업가들은 말한다.
한 건설업자는 『나와 내 가족,내 회사에 가해질 수 있는 위협은 크니 IRA의 요구를 거절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IRA에 협조하지 않을 수 없는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강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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