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억원 종마 '씨내리' 신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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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전북 장수군 장계면 명덕리 '장수 경주마 목장'. 고급 원목으로 꾸며진 마구간 내 지름 15m의 원통형 워킹기계 위에서 미끈한 갈색 말이 운동을 하고 있다. 말은 운동을 마치자 바로 옆방으로 가 샤워를 하고 수의사에게 꼼꼼히 건강 체크를 받았다.

"사람보다 더 호강한다"는 이 수말은 40억원짜리 종마(種馬)인 '매니피'다. 국내에 있는 5000여 마리 말 중에서 가장 몸값이 비싸다. 한국마사회가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수입한 이 말은 1996년생으로 검역소 생활을 거쳐 지난달 장수로 왔다. 매니피가 이곳에 온 이유는 신방을 차리기 위해서다.

매니피는 6월까지 이곳에서 암말과 교배를 해 씨를 퍼뜨린다. 말은 3~6월 발정기 때만 교배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요즘 장수목장에는 매니피의 씨를 받으려고 전국 각지 민간목장에서 온 암말들이 줄을 서 있다. 교배는 오전.오후 하루 2~3차례씩 이뤄진다. 그렇다고 아무 말이나 매니피의 씨를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각종 경주대회에서 1~2회 이상 우승 경력이 있는 혈통 좋은 씨 암말들만 매니피의 짝이 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태어난 매니피의 새끼들은 앞으로 경주마로 키워진다.

매니피에게는 낮.밤 1명씩 붙는 전담관리사를 비롯해 매일 2~3명의 비서가 따라다닌다. 먹이는 배합사료에 홍삼.마늘가루.복분자 등을 섞어 준다. 정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교배료는 무료다. 미국에서는 1회당 1500만원씩 받았지만 마사회는 축산업 발전과 우수 경주마 생산을 위해 무상으로 해 준다. 매니피는 내년에는 제주도로 가 짝짓기를 하게 된다. 전국을 돌며 우수한 말을 번식하기 위해서다.

매니피는 종마로 변신하기 전에는 미국에서 이름을 날리던 경주마였다. 100만 달러의 상금이 걸린 해스켈 인터내셔널에서 우승하는 등 현역 때 11번 대회에 출전해 우승 5회, 준우승 4회를 기록했다. 김삼수 목장장은 "이 종마가 우수한 경주마를 번식시키기 때문에 상전 모시듯 한다"고 말했다.

◆ 장수 경주마 목장=마사회가 장계면 명덕리 일대 46만여 평에 5년간 1160억원을 들여 26일 준공했다. 제주(60만 평)에 이은 국내 두 번째 경주마 목장으로 우수한 혈통의 경주마 번식과 훈련을 맡는다.

전주=장대석 기자

매니피는 이런 말

-품종:서러브레드(17세기 영국 개량종)

-외관상 특징:매끈하고 근육이 발달돼 있음

-나이:열한 살

-키:1m75㎝

-몸무게:650㎏

-털:갈색

-경주 성적:11회 출전(우승 5회, 준우승 4회)

-총 획득 상금:173만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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