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사는 국민" vs "깨끗한 경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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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양대 대선 주자인 이명박(얼굴(左))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右) 전 대표가 '잘사는 국민론'과 '깨끗한 경선론'으로 맞붙고 있다. 8월 경선을 앞두고 본격적인 세 대결에 돌입하면서 이를 화두로 수성과 반전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전 시장은 '잘사는 국민론'을 내세운다. 자유시민연대 특강(21일)과 경남지역 당원 간담회(23일)에서 그는 "잘사는 국민, 따뜻한 사회, 강한 나라를 만드는 게 내 꿈"이라고 말했다. 이 표현은 그의 각종 연설과 강연에서 자주 등장한다.

그는 이와 함께 자신의 실물 경제 경험을 부각하는 데도 주력한다. 그는 경남지역 간담회에선 "내가 작은 것을 크게 만들고 가난한 것을 부자로 만드는, 그런 것밖에 재주가 없다"고 했다.

이 전 시장은 '잘사는 국민론'에 '경제 경험론'을 가미해 자신이 적임자임을 적극 내세우고 있다. 여기에는 네거티브 논쟁을 차단하고 경선 구도를 정책 경쟁으로 끌어가려는 전략적 의도도 있다. 최근 '긍정의 힘, 긍정적 사고'의 중요성을 언급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23일 지역간담회에서 "최근 '긍정의 힘'이란 책을 읽고 있다"며 "'이래서 안 된다''저래서 안 된다'고만 말하면 비전이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박 전 대표는 '깨끗한 경선'을 들고나온다. 경남(14~16일), 대구.경북(19~21일) 방문과 23일 천막당사 3주년 기념식 등에서 줄곧 이 메시지를 던졌다.

"천막당사 정신을 잊지 말고 깨끗한 정치를 하자"(22일 서울), "당의 개혁정신을 보여주도록 비리가 없는 가장 깨끗한 경선을 위해 노력하겠다"(21일 대구), "당이 구태정치로 돌아가는 것을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15일 마산)는 발언들이 그것이다.

박 전 대표는 당 대표 시절 금권 공천과 파벌을 없앴다는 데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깨끗한 경선론'은 쓰러져가는 당을 개혁을 통해 구한 만큼 다시 당을 예전으로 돌릴 수 없다는 그의 신념에 바탕하고 있다. 동시에 줄세우기 논란 등과 맞물려 이 전 시장을 겨냥한 측면도 있다는 게 정치권 일각의 분석이다. '깨끗한 경선'을 부각함으로써 이 전 시장과의 차별화 하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스타일.일정도 차별화=두 주자의 스타일도 달라지고 있다. 이 전 시장은 부드러운 이미지를 부각하고 있다. 23일 천막당사 3주년 기념식에서 그는 "박 전 대표에게 박수를 보내달라"며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고, 지역 당원 간담회에선 "나 말고 다른 주자가 와도 반겨 맞아 달라"며 여유를 보였다.

박 전 대표는 화법이 적극적으로 변했다. 그는 요즘 연설마다 자신의 주장을 펼친 뒤 "그렇지 않습니까? 여러분!"이라고 반문해 청중의 동의를 이끌어낸다. 갈수록 연설에 자신감이 붙어가고 있다는 게 캠프 측 설명이다. 목소리의 톤도 높아지고 손짓 등 제스처도 훨씬 커졌다.

이 전 시장은 다음달 9일 6박7일 일정으로 인도와 두바이 등을 방문한다. 총체적 국가 개혁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떠나는 해외 정책 탐사라는 설명이다.

박 전 대표는 4.25 재.보선을 적극 도울 태세다. 박 전 대표는 22~23일 경기도 등 수도권 지역을 잇따라 방문했다. 경기도 화성의 국회의원 보궐선거 등 4.25 재.보선을 의식한 행보다.

신용호.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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