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권대 고득점 낙방사태/「도토리 키재기」 출제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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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정확한 실력 가늠 어려워/후기대 포기 재수생 늘듯/“큰 문제없다… 내년에도 쉽게 출제”/교육평가원
전기대학들이 속속 합격자를 발표하면서 대학마다 고득점자 사태를 빚어 3백점이상 득점자가 학력고사사상 가장 많은 1만2천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서울대·연대·고대등 상위권대학에서는 고득점자 무더기 탈락에 따른 연쇄파문이 예상된다.
문제가 쉬워 점수가 높아진 것인데도 「예년 같으면 충분히 합격할 점수를 받고도 떨어진 결과」에 많은 학부모·수험생들의 심정적인 반발과 함께 후기대 지원포기­재수를 택할 것이 예상되고 일부에서는 수험생의 실력을 적절히 가늠해주는 「변별 기능을 상실한 출제」라고 학력고사 출제를 비판하는 의견도 나왔다.
그러나 학력고사 출제관리를 맡고 있는 중앙교육평가원은 『변별력 문제는 극히 상위권대학 일부 학과에 해당되는 것이며 전체적으로는 적절한 수준의 출제였다』며 내년에도 올해같은 수준으로 출제하겠다는 방침이다.
◇고득점 탈락=고대·연대와 마찬가지로 서울대도 예상보다 큰폭으로 합격선이 상승,일부 소수의 비인기학과를 제외하고는 합격선이 모두 3백점을 넘을 전망이다.
특히 법학·경제·의예·컴퓨터등 상위권 학과들은 3백20점선,기타 인기학과들은 3백15점 근처에서 합격선을 형성할 것으로 보여 3백10점이 넘는 점수를 받고도 탈락하는 학생들이 다수 나오는등 3백점이상 고득점 탈락자가 3천명이상 무더기로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연세대는 합격자 4천9백30명중 52%인 2천5백65명이 3백점이상 득점자인 것으로 밝혀졌으며 합격자 전체평균이 3백2·6점으로 나타났으나 3백점이상 75명이 탈락했다.
◇변별력 논란=고대의 경우 전체적으로 합격선은 22.96점,합격자 평균점은 22.78점 상승해 변별도를 나타내는 학과별 합격자의 점수분포폭은 지난해와 거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2백90명을 뽑은 법학과의 경우 합격선이 3백12점,합격자 평균점이 3백14점으로 2점사이에 1백45명 이상이 몰린 것으로 나타나는등 인기학과에서 합격자 점수대 폭이 다소 좁아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고대 어윤대 교무처장은 『이번 학력고사가 고교교육 정상화를 위해 의도적으로 쉽게 출제됐다고는 하지만 너무 지나쳐 대학의 입장에서는 선발기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앙교육평가원측은 『3백점 이상자가 1만2천여명이 된다면 전체수험생 63만9천여명의 2%도 안되는 수준』이라며 『최상위권에서 동점자가 많이 나타날 수는 있지만 문제가 잘못됐다는 지적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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