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월드컵축구 남북공동유치 급하다|일선 적극로비·기금조성 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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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방미조사단 밝혀>
남북한이 공동합의서에 서명함에 따라 통일기운이 무르익는 가운데 2002년 월드컵축구의 공동유치가 스포츠계 최대현안으로 떠오르고 있으나 이웃 경제대국 일본에 주도권을 뺏기고 있어 남북체육계의 공동대처가 시급해지고 있다.
21세기를 여는 2002년대회는 월드컵축구사상 처음 아시아지역에 개최권이 부여돼 한국을 비롯, 일본·중국·사우디아라비아등이 유치의사를 밝혔었다. 특히 FIFA(국제축구연맹) 주앙아벨란제회장(브라질)은 그동안 남북한이 공동으로 대회를 유치할 경우 가장 개최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를 여러차례 밝힌바 있다.
그러나 88올림픽유치경쟁에서 한국에 보기좋게 패배한 일본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반면 한국은 수수방관하고 있어 절호의 기회를 놓칠 상황에 놓여있는 것이다.
지난9일 뉴욕에서 벌어진 94미국월드컵 예선조 추첨행사를 참관하고 귀국한 한국유치조사단(단장 오완건 축구협회부회장)에 따르면 한국은 자료수집차원의 사전준비작업을 벌인데 반해 일본은 20명이 넘는 대규모 조사단을 파견, 각종 자료수집 뿐만 아니라 FIFA관계자들을 상대로 활발한 로비활동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벌였다는 것.
이 때문에 이번 조추첨행사는 「미국월드컵의 세계홍보」보다 일본의 월드컵유치무대를 방불케 할 정도였다는 것이 김완식 (김완식) 축구협회국제과장 설명이다.
일본은 이미 월드컵유치붐조성을 위한 일환으로 지난해부터 모든 축구경기의 입장권에 1백엔(약5백50원)의 유치기금을 포함시키고 있으며 지난 10월엔 축구계·재계를 망라한 월드컵유치위원회를 결성, 유치준비작업에 박차를 가해왔다.
반면 한국은 일본에 맞서 FIFA에 유치신청서를 접수시켰으나 이렇다할 후속조처가 없는 실정이다.
「꿈의 구연 (구연)」으로 불리는 월드컵축구의 유치는 올림픽에 버금갈 정도로 쉽지않다.
월드컵축구대회는 유치조건이 까다로워 웬만한 나라에선 엄두조차 낼수없는 스포츠 빅이벤트로 그동안 유럽 및 남미의 축구강국들에 의해 주도돼 번갈아 개최돼온 것이다.
따라서 월드컵유치는 축구협회 단독으로는 추진할수 없고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한 정부지원은 물론 남북한 체육계가 공동으로 대처해야할 스포츠사업인 셈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올들어 정부유관부처와의 협의아래 축구협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월드컵유치위원회를 발족시켜「월드컵유치의 기초타당성 분석에 관한 평가보고서」(고려대 부설스포츠과학연구소간)를 펴내는등 의욕을 보여왔다.
정부도 국무총리실안에 정부지원단을 구성, 다각적인 지원사업을 퍼나갈 것으로 기대됐으나 내년의 선거정국과 관련, 업무추진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86, 88양대회 개최국으로 대회운영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데다 월드컵본선 3회출전등 경기력도 높게 평가돼 유리한 입장이다.
특히 월드컵축구가 한반도에서 개최될 경우 남북한의 일체감 조성등에도 결정적 역할을 할것이 틀림없다는 것이 체육계의 시각인 것이다. 2002년 월드컵개최지결정 (%년 FIFA총회)까지는 앞으로 4년이 남아 있기는 하나 남북한체육계의 협조체제등 많은 난제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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