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전 경기지사 한나라당 탈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손학규(孫鶴圭) 전 경기지사가 19일 한나라당 탈당을 선언했다. 손 전 지사는 이날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탈당 기자회견에 앞서 배포한 기자회견문에서 “새로운 길을 열기 위해 그 동안 내가 지니고 있던 모든 가능성과 기득권을 버리기로 결심했다”며 “오늘 낡은 수구와 무능한 좌파의 질곡을 깨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새 길을 창조하기 위해 한나라당을 떠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3200여자에 달하는 회견문에서 손 전 지사는 “백척간두에서 한발 더 나아가는 심정으로 새로운 정치질서 창조의 길에 저 자신을 던지고자 한다”고 비감한 소회를 밝혔다. 한나라당을 바로잡고 새 시대를 여는 정당으로 탈바꿈하고자 했으나 실패했다는 것.

특히 자신이 몸 담았던 한나라당에 대해 “군정의 잔당들과 개발독재시대의 잔재들이 버젓이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며 비판의 소리를 높였다. ”한나라당의 개혁을 위해 노력했던 일부 의원들과 당원들조차 대세론과 줄 세우기에 매몰되어 시대적 요청을 외면하고 있다“며 소장파 의원들에 대한 회의를 드러내기도 했다.

한나라당을 버리고 떠나는 자신을 최근의 인기드라마 ‘주몽’에 빗댄 것도 주목할 부분. 손 전 지사는 ”주몽이 왕자들과의 패자경합을 포기하고 부여를 떠난 것은 부여가 낡은 가치에만 매달려있었기 때문“이라며 자신은 고구려를 건국한 주몽처럼 ”새로운 가치로 운영되는 새로운 나라를 원한다“고 밝혔다. 탈당 이후에도 대권에 도전할 뜻이 있음을 명확히 한 셈.

이와 관련 손 전 지사는 단순한 정권교체가 아니라 ”무능한 진보와 수구 보수가 판치는 낡은 정치구조 자체를 교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래, 평화, 통합의 시대를 경영할 창조적인 주도세력을 만드는데 저 자신을 바치겠다”는 대목에선 정치권 전반의 개편까지 염두에 두는 것으로 읽을 수 있다.

손 전 지사의 탈당 움직임은 지난 주말 강원도 칩거 때부터 예견됐던 것. 조인스닷컴은 17일 손 전 지사와 만난 정념 스님의 말을 인용해, 손 전 지사의 탈당 예정을 단독 보도(기사보기)한 바 있다.

이날 회견에 앞서 손학규 캠프의 박종희 비서실장은 “손 전 지사가 탈당 결심을 굳혔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확인했다. 손 전 지사는 탈당 후 타 진영과의 연대를 통해 독자 세력을 규합할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경선안을 확정한 한나라당 지도부는 크게 동요하는 모습이다. 앞서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나경원 대변인을 통해 “기자회견 전 까지 손 전 지사와 연락을 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하는 등 최후까지 손 전 지사의 탈당을 막기 위해 접촉을 시도해왔다. 손 전 지사의 탈당은 8월 경선을 앞둔 한나라당과 대선 정국에 한바탕 소용돌이를 예고하고 있다.

박연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