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맛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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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희 기자의 호텔맛보기]

처음 방문하는 사람은 파크하얏트 호텔의 입구를 찾기 쉽지 않다. 여느 호텔 입구처럼 주차공간과 벨보이가 밖에 나와 기다리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대신 거대한 화강암에 '파크하얏트'라고 작고 깔끔하게 세긴 문패가 전부다.
로비도 1층에 없다. 24층에 위치한 로비에 올라가서야 호텔의 분위기가 풍겨나온다. 이는 도심 속에서 고요함과 정돈된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호텔의 컨셉트와 호텔 전체가 고객 자신 한 명만 위해 존재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 위한 서비스 정신의 결합에서 나온 것이다.
평소 특급호텔 중에서도 시설이 뛰어나다는 입소문을 들어왔던 터라 파크하얏트에서의 1박은 기대가 컸다. 스파나 파크클럽 피트니스, 런칭부터 유명했던 24층의 수영장도 좋았지만 역시 파크하얏트의 백미는 '룸'이었다.
룸에 들어서면 모던한 인테리어 외에 테헤란로와 코엑스가 발아래 내려다 보이는 완벽한 전망에 속이 탁 트인다. 유리창이 전면을 가득 채워 워낙 커 보이는 데다 객실 평수도 다른 호텔보다 1~2평이 큰 13평(일반 객실 기준)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표정이 달라지는 삼성역의 야경은 기자가 이때껏 본 서울 시내의 어느 야경에 뒤지지 않는다. 마치 내가 테헤란로의 주인이 된 듯하다. 타이타닉의 대사 "I'm a king of the world!"를 조그맣게 외쳐본다.
욕실로 들어가자 감탄사가 절로 튀어나왔다. 바닥과 벽이 모두 화강암으로 덮여 있고 한 면이 전부 유리창이라 욕조에 몸을 담그면 코엑스와 한강 넘어 멀리 잠실 운동장이 한 눈에 들어온다. 벽엔 15인치 평면TV가 설치돼 야경과 함께 뉴스나 영화도 볼 수 있다. 불을 모두 끄고 (불을 끄지 않으면 밖에서도 안이 잘 들여다 보인다) 욕조에 몸을 담그고 도심을 내려다 보니 이보다 완벽한 휴식 공간이 있나 싶다. 비처럼 쏟아지는 레인 샤워기 아래 조로록 서있는 샴푸와 바디용품 등 4개의 작은 병은 에이솝 제품. 제품의 천연향이 오랜 시간 은은하게 퍼져 잠을 깊게 들게 해줬다.
오전 10시까지인 코너스톤의 컨티넨탈 조식은 준비된 음식을 모두 충분히 즐길 수 있게 일찍 내려갈 것을 권한다. 원하는 스타일의 계란요리, 한 사람이 먹을 만큼만 깔끔하게 준비해 아담하게 담아놓은 과일과 애피타이저, 직접 만들어 놓은 망고와 딸기 요거트… 호텔라이프에 어울리는 완벽한 아침 식사를 허겁지겁 시간에 쫓겨 제대로 맛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기지 말 것을 권한다.
들어갈 때 작게 느껴졌던 1층의 파크하얏트 문패. 나올 땐 오히려 더 작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들었다. 나만의 비밀스런 공간으로 남겨놓고 싶은 욕심때문일까.

프리미엄 윤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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