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그녀 '강한 여성'이 아름답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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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최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2007~8년 가을.겨울 컬렉션을 관통한 흐름은 '강함과 화려함'이다. 최근 패션계의 화두이기도 하다. 강인하면서 아름답고 화려한 여성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세계적 브랜드들이 선보인 올 가을과 겨울 패션의 주요 특징을 현지에서 확인했다.

◆강하게, 화려하게='강하면서도 화려한 여성'이라는 최근의 패션계 화두를 가장 독특하게 풀어낸 곳은 돌체&가바나다. 성인 용품을 연상시키는 채찍(은빛으로 화려하게 빛났다)을 이번 시즌 필수 액세서리 아이템으로 많은 의상에 매치시켰다. 아주 큰 페이턴트(반짝이는 애나멜 처리된 가죽) 백을 들 때도 백의 손잡이와 이 채찍을 함께 들게 했다.

디자이너 프리다 지아니니의 손으로 빚은 구찌는 20세기 초 활약하던 모험적인 여류 비행사를 연상시키는 밀리터리 룩이 인상적이었다. 강하게 무표정한 여성의 모습이면서도 재킷 칼라는 부드러운 모피여서 여성적인 화려함도 갖춘 것으로 보였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와 실비아 벤투리니 펜디가 만들어낸 이번 시즌 펜디는 훨씬 더 세련된 화려함으로 주목받았다. 모피로 유명한 이 브랜드는 모피가 얼마나 화려하고 우아하게 응용될 수 있는지 보여줬다. 세계 톱 모델 중 하나인 라켈 짐머만이 입고 나온 쇼의 첫 번째 모피 코트는 안에 받쳐 입은 검정 터틀넥 스웨터와 단정한 칼라 덕분에 가슴 위쪽으로는 위엄있어 보였지만 아래쪽은 허리를 잘록하게 매듭지어 여성적인 실루엣이 살아나도록 했다.

디자이너 미우치아 프라다가 이끌고 있는 프라다의 패션쇼에서는 최근 미우치아가 한복의 매력에 빠져 있다는 소문을 입증하듯 한복 저고리 소매의 선과 비슷하게 둥글게 재단된 코트가 독특해 보였다. 프라다가 고른 이번 시즌 색깔은 오렌지와 그린 계열이었는데 다른 브랜드들도 채도의 차이만 조금씩 있을 뿐 두 가지 색이 가장 눈에 띄게 사용된 것처럼 보였다. 바탕색은 검정과 회색 등 무채색으로 강인함을 보여주면서도 여기에 조화시킨 색은 밝은 오렌지나 녹색 등이어서 화려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여성스럽게=깔끔한 정장이 트레이드 마크인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통상 보여주던 군더더기 없는 디테일의 원피스나 투피스 드레스도 허리선과 어깨의 주름, 항아리 모양 실루엣을 통해 여성적 느낌을 더욱 강조했다. 바지 정장의 경우 어깨선은 날선 각이 강하게 보이지만 재킷의 밑단 부분은 옆으로 부풀린 실루엣이어서 부드러웠다.

살바토레 페라가모는 허리선이 가슴 바로 아래부터 시작되는 아주 통이 넓은 바지를 내놨다. 바지가 분명했지만 긴 드레스처럼 보일 만큼 폭이 넓었다. 팔꿈치까지 올라오는 긴 장갑은 이번 시즌 '머스트-해브'로 보였다. 거의 모든 브랜드가 긴 장갑을 드레스.코트.수트 등에 매치시켰는데 페라가모는 장갑 윗부분을 손목까지 끌어내려 주름이 잡히도록 끼게 한 것이 돋보였다.

독특한 검정색 질감이 눈에 띈 보테가 베네타. 디자이너 토마스 마이어는 펠트 소재를 코트와 스커트 등에 사용해 선이 굵고 약간 거친 듯한 느낌을 보여줬지만 스커트는 엉덩이 부분이 뒤로 부풀려진 버슬 스타일을 살려 여성적인 분위기를 연출해 냈다.

한국인 디자이너 이정민이 이끄는 브랜드 데렐쿠니는 밀라노 컬렉션에서 처음 패션쇼를 열었지만 자신있게 자기 색깔을 보여줬다. '씩씩하고 당당한 여성', '정열적이고 능력있는 여성'과 '아름답고 화려한 여성'을 대비시키면서 조화시키고자 한 다른 브랜드들과 마찬가지로 데렐쿠니 역시 자신들의 해석을 선보인 것. 데렐쿠니는 무릎을 덮는 롱 부츠와 여성적인 느낌의 드레스로 이에 대한 답을 내놨다.

밀라노=강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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