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 망치는 골재채취 금지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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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녹수청산 달 밝은 밤에 풍월 읊으니 흥이 절로 나네….』 이것은 옛 선비들이 우리 강산을 찬미한 시의 한 구절이다.
자고로 「산자수명한 동방의 나라」라고 만방이 예찬을 아끼지 않았다. 산에서 국운이나 민족의 정기가 난다는 풍수지리설을 뒷받침이나 하듯이 왜정시대 일본인들은 우리의 국운이나 민족정기가 산에서 되살아 날까봐 고산 첨봉마다 굴을 뚫었고 그 맥을 끊으려고 철주를 박았었다.
고대중국의 진시황은 동방의 삼신산에 불사약이 있을 거라며 특사를 보내 백두산·금강산·한라산 등지를 샅샅이 뒤진 일도 있다.
일본인들의 소행은 우리의 산령이 무서워 저지른 우행이었고 진시황의 행동은 신비의 나라를 동경하여 행한 욕망의 기사였다. 이유야 어떻든 둘 다 우리 나라 산들을 영산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런 조국 강산에서 태어났다. 그런데 중앙일보 9월 7일자 기사 「덕유산·지리산이 앓고 있다」를 읽고 분통이 터질 것만 같았다.
석재업자들이 법의 허점을 악용해서 덕유산과 지리산뿐만 아니라 전국 도처에서 산의 암석들을 마구 훼손하고 있다는 것이다.
초목은 베면 그 곳에서 다시 생겨나지만 암석은 한번 깨어져 없어지면 끝이다. 이것이 안타까운 일이다.
나는 어느 날 부호인 친구의 집에 간 일이 있다. 호화주택에 석재로 별의 별 장식을 다해 눈부셨다.
나는 그 순간 전국적으로 건축 붐이 일고 있는데 건축물마다 석재를 사용하니 이대로 가다가는 전국 산야의 암석이 모두 없어지는 시기가 올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도대체 개인의 욕심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대자연을 희생시켜야 한단 말인가. 그것을 허용하는 법이 있다면 그 법은 법이 아니다. 신문이 앞장서서 우국 지정으로 호소해야 정부는 겨우 눈을 뜨니 왜 그렇게 둔감한가. 누구에게 이 강산의 관리를 맡겨야 할지 묻고싶다.
오늘을 사는 우리 세대는 하나 밖에 없는 조국 강산을 잘 보전하여 후대에 물려줄 책임을 가지고 있다.
더욱이 공직자들은 재임기간 중 자연보전에 정성을 다해야 하며 퇴임 후에는 반성과 책임을 절감해야 한다.
이제 만시지탄만 논할 때가 아니다. 법을 고쳐 석재채취를 방지하고 건축법도 개정하여 건축물에 석재사용을 금지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한다해도 고치지 못할 부분이 있다. 이미 훼손해버린 강과 산의 흉한 모습이 그것이다.
아름다운 조국강산이 상처투성이로 변해 그 보기 흉한 모습으로 천년이고 만년이고 내려갈 것이니 이 일을 어찌할 것인지 우리 모두 지금이라도 심각히 생각해 보아야할 것이다.
김경진<전통문화사업본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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