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악 수준의 신재즈 "개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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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28일 65세를 일기로 별세한 트럼펫 주자 마일스 데이비스는 최근 반세기 동안 가장 출중한 재즈 아티스트로 꼽힌다.
40년대 루이 암스트롱 이래로 최근 윈튼 마살리스에 이르기까지 재즈의 변모와 발전이 모두 그의 음악과 함께 설명된다.
그와 함께 활동한 디지 질레스피, 찰리 파커, 길 에반스, 존 콜트레딘, 허비 핸콕, 캐논본 애덜리, 꿰인 쇼터 등 가장 뛰어난 아티스트들도 마일스 데이비스의 음악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마일스 데이비스의 중요성은 무엇보다 「새로운」 재즈를 개척해 낸데 있다.
형식적·질적으로 재즈가 살찌워진 것은 그가 40년대 처음으로 재즈를 실내악 수준에서 가능케 하고 서정적인 음조와 순수한 음색을 사용한 정교한 기교로 유미적인 재즈를 정립시킨 데 큰 원인이 있다.
그의 작품들은 가볍고 미묘한 음에 많은 영감을 담는「쿨 재즈」,영적인 분위기의「블루스」, 비밥보다 강렬한「하드밥」등의 여러 재즈 장르를 꽃피웠다.
마일스 데이비스는 59년부터 화음에 의존하지 않는 멜러디 개발과 리듬 악기가 서로 독립적으로 연주되는 이른바 「프리 재즈」의 화신으로 떠오르기도 한다.
이에 더해 63년부터 피아노의 허비 핸콕, 베이스의 론카터 등과 함께 전자악기를 재즈에 과감히 도입해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기도 했다.
70년 앨범『비치스 브류』부터는 대중적인 록을 재즈에 접목시킨 「퓨전 재즈」를 창시해 상업적인 성공도 이루게 된다.
그러나 75년 이래로 말년의 마일스 데이비스는 수많은 공로·명예상을 수상함에도 불구하고 음악적 창조력과 연주기량이 거의 침묵했었다. <채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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