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 예고되는 추곡수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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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나빠진 경제여건 한자리 인상·물량 축소/정부/UR 위기등 내세워 20% 이상 올려달라/농민/내년 총선선심·지자체목소리 합쳐져 공방전 치열할듯
농축산물 수입 증대와 농업진흥지역 지정 진통 등으로 정부를 보는 농민들의 눈이 유난히 곱지않은 가운데 올해 추곡(벼) 수매값과 양결정을 위한 작업이 30일부터 카운트 다운에 들어갔다.
농림수산부는 이날 생산자·소비자·공익위원 등 20명으로 구성된 추곡수매값과 양에 대한 1차안을 마련하는 자문기구인 양곡유통위원회(제4기) 첫 회의를 소집,올 쌀생산비 추계작업을 시작했다.
우선 정부는 나빠진 경제여건등을 들어 수매가의 한자리수 이내 인상과 수매량 축소방침을 굳히고 있는 반면 농민측은 우루과이라운드협상등으로 농업이 위기에 처했다는 인식을 갖고 20% 이상 인상 및 농가희망 전량수매를 요구하고 있어 이의 절충에는 적잖은 파란이 예상되고 있다.
게다가 내년 봄 총선을 앞두고 있는 여야 국회의원들이 지나치게 농촌표를 의식하고 있으며,특히 통합된 야당의 강해진 목청과 새로 구성된 지방의회의 목소리까지 가세돼 혼전이 벌어질 것으로 정부는 우려하고 있다. 올해는 특히 산지쌀값이 지난해 추곡수매값보다 80㎏ 가마당 1만5천원이나 싼 상태여서 수매값보다 물량에 대한 공방전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지난해 국회의 입김으로 8백50만섬(통일벼 4백50만섬,일반벼 4백만섬)을 수매했던 정부는 올해 수매량을 6백만섬(일반벼 4백50만섬,통일벼 1백50만섬)선으로 줄인다는 잠정적인 방침을 세우고 있다.
수매가도 통일벼는 동결,일반벼는 5%선 인상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통일벼의 경우 비록 야당이 불참한 상태였기는 했지만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91년의 통일벼 매입가는 동결하고 1백50만섬만 수매한다」는 안이 통과돼있어 조경식 농림수산부장관은 『반드시 예시한대로만 수매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일반벼에 대해서도 최각규 부총리는 『현재의 정부미재고도 과잉인데다 재정·통화운용상 수매량과 값을 작년보다 줄여야할 입장』이라고 밝히고 있다.
정부의 이같은 방침은 ▲현재 정부미재고가 1천5백50만섬으로 사상 최고(적정수준 6백만섬) 수준인데다 연간 보관관리비만 4천여억원이 드는 등 재정압박이 크고 ▲물가잡기등 전체경제여건을 감안해야 하며 ▲통일벼의 경우 맛이 떨어져 소비자들이 찾지 않는 만큼 수매를 대폭 줄일 수 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또 산지쌀값보다 높은 수매가를 더욱 높여주면 민간시장 유통질서에 혼란·왜곡이 생긴다는 설명도 덧붙이고 있다. 쌀 1백만섬 수매에는 2천1백억원이 소요된다.
◇농민=전국농민회 총연맹(전농)은 26일 공청회를 갖고 쌀의 한계생산비 보장 및 도­농간 소득균형을 위해서는 올해 일반벼는 24% 인상(13만1천9백19원,80㎏ 2등급 기준),통일벼는 10.6% 인상(11만3백52원) 되어야 하며 농가희망 전량이 수매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농은 올해 노력비가 23%,농약·비료·농구비가 11.8% 상승했다는 추계치를 근거로 제시하며 다만 요구수준은 지난해보다 낮춰 한계생산비의 90% 보장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각 농민단체·소비자단체·민주단체와 함께 주장을 관철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농협도 전농등과 실무선에서 협력해 합당한 값과 물량을 쟁취한다는 입장이다. 이들 농민단체들은 농가 가구당 부채가 90년말에 4백73만4천원으로 1년전보다 21% 늘어나는 등 수입개방으로 농업이 해체위기에 처해있다고 밝혔다.<김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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