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히로시마 아시안 게임 "볼링 「금」기대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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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백옥자 (백옥자·41).
아시아육상 여자투포환 경기에서 한 세대를 풍미했던 「동양의 마녀 (마녀)」로 낯익은 이름이다.
이젠 1남1녀의 가정주부이기도 한 그녀가 불혹을 넘긴 나이, 교통사고라는 불운에도 아랑곳없이 또 다시 볼링으로 아시아 정상의 꿈을 부풀리고 있다.
70년 방콕대회부터 86년 서울아시안게임까지 17년에 걸쳐 무려 4회나 아시안게임에 출장한 「철(철)의 여인」 백옥자.
그런 그녀가 이번에는 종목을 볼링으로 변경, 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을 겨냥하고 나선 것이다.
8파운드의 쇠공을 던지던 투포환에서 15·2파운드의 플래스틱볼을 굴리는 볼링으로 바꿔었지만 스포츠에 대한 식지 않는 정열만큼은 20여년의 세월을 건너뛰어 한결같기 때문이다.
『사실 86년 서울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인 변용환 (변용환) 씨의 권유이전까지 볼링을 해본적이 없었어요. 하지만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은 늘 제게 삶의 의욕·긴장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아요.』
그녀는 볼링을 취미로 시작한게 아니었다.
누구에게도 지기 싫어하는 강한 승부근성은 전문선수로의 변신을 채찍질했고 타고난 볼감각은곧바로 그녀를 현역 선수로 등록케 했다.
74년 테헤란대회에서 세운 투포환 16m96cm의 기록이 국내에서는 아직도 깨지지 않을만큼 힘이 탁월한 그녀는 데뷔 초기부터 묵직한 스트레이트의 파워볼링으로 커브볼등 기교위주의 여자볼링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국내 여자선수중에선 유일하게 남자선수들이 사용하는 15·2파운드 볼을 던지며 장신(1m77cm) 인 까닭에 스텝 또한 5스텝 대신 4스뎁을 밟고 있다.
『투포환과 볼링의 차이점은 마지막 순간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봐요. 투포환은 던질때 온 힘을 한곳에 집중시키지만 볼링은 볼을 놓는 순간 몸전체에 힘이 고루 분산될 때와 같이 부드러워야 하지요.』
그러나 『볼링이 결코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고 강조하는 말만큼이나 그녀의 볼러로서의 인생 역시 순탄치만은 않았다.
지난해 10월 청주전국체전을 마치고 귀경길에 차가 고물이 돼버릴 정도로 교통사고를 당해 경희대병원에 한달이나 입원하는 좌절을 겪은 것.
하지만 태극마크를 다시 달고 아시안게임 시상대에 오르고야 말겠다는 집념은 1백80대 애버리지를 쉽게 회복시켜 주었다.
세계정상급인 한국여자대표들의 애버리지 1백90대에 10점차로 육박한 것이다.
최근엔 훈련시간이 다소 줄었다.
농구선수였던 남편 (김진도·부천공전교수·186cm) 을 좇아 모두 농구선수가 된 아들 호연(호련·16)군과 딸 계령(계령·12·숭의국교6)양의 뒷바라지 때문이다.
1m90cm의 호연군은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주 아티시스고교에 농구유학중이지만 1m77cm의 장신으로 숭의국교팀 주장을 맡고 있는 계령양의 뒷바라지에 오후 시간을 할애하고 있기 때문.
현재 반도실업팀 소속인 그녀는 나이·부상의 핸디캡과 두자녀를 둔 주부라는 여건상의 제약을용기·끈기로 극복, 활기찬 스포츠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유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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