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혐오시설의 품앗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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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서울의 3개 기초자치단체가 쓰레기 처리 시설을 품앗이 식으로 공동 이용하는 방안을 서울시가 추진한다고 한다. 노원구는 쓰레기 소각, 도봉구는 음식물 쓰레기 처리, 강북구는 재활용품 처리 시설을 각각 제공한다는 것이다. 전국 곳곳에서 혐오시설을 둘러싸고 지역 간 갈등이 증폭되는 마당에 상생(相生)의 해결책이 제시된 것은 의미가 크다. 좋은 결실을 기대한다.

국민이 기피하는 혐오시설은 쓰레기처리장.원자력발전소.화장장.납골당.하수처리장 등 상당히 많다. 생활환경이 나빠진다, 건강에 위험하다, 집값이 떨어진다 등등 이유도 다양하다. 쾌적하게 생활할 권리, 재산권 보전 등의 측면에서 보면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정도를 넘어선 지역 이기주의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심각한 수준이다. 노인 요양원.군부대 등 국책사업이나 양계장.사료 제조업체 등 민간사업도 애를 먹기 일쑤다. 반대하는 주민들의 폭력 사태까지 종종 벌어진다.

혐오시설이 우리 생활의 필수시설이란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고 지역마다 쓰레기 소각장.화장장 등 모든 혐오시설을 만들 것인가. 엄청난 예산 낭비가 될 것은 뻔하다. 결국 주민의 부담이다. 해답은 상생에 있다. 이웃 지역들이 혐오시설을 분담해 운영하는 것이다. 하수처리장.정수장 등을 공동 이용하는 경북 문경.상주시의 경우 예산 절감 효과가 매우 크다고 한다. 일본에선 인근한 3~10개 기초자치단체들이 공동 화장장을 운영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해결책이라도 정부와 지자체가 주민들을 잘 설득해야 성공할 수 있다. 무작정 행정적으로 밀어붙여선 안 된다. 선진국에선 충분한 보상과 각종 정보 공개 등을 통해 주민들의 마음을 열고 있다. 몇 년 전 오랜 설득 끝에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주식회사 형태의 화장장을 만들게 한 수원시도 좋은 사례다. 주민들도 지역에 따라 이해관계가 엇갈리겠지만, 대승적 차원에서 조금씩 양보하길 바란다. 정부.지자체.주민이 상생의 마음으로 협력할 때 혐오시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