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교수 연구윤리 새로 세우는 계기 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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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논문 표절 의혹으로 파문을 일으켰던 이필상 고려대 총장이 어제 스스로 물러났다. 학칙에도 없는 신임투표까지 강행하면서 버티려 했지만, 많은 교수와 동창회가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고려대는 그동안 교수 사회가 양분되고, 명예가 추락하는 등 큰 상처를 입었다. 하루빨리 사태를 수습하고 재도약하길 바란다.

이번 파문은 논문 표절.건수 부풀리기.도용 등에 관대하던 우리 학계에 경종을 울리고, 시급히 연구 윤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지난해에는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가 같은 문제로 취임 직후 낙마했듯이, 과거 우리 학계의 연구윤리 제도.의식은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황우석 파동으로 국제적인 망신까지 당했는데도, 우리 대학.학계는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것 같다. 교육인적자원부 연구윤리확립추진위원회가 국내 498개 대학.학회를 조사한 결과 연구윤리규정을 제정한 곳은 20%를 밑돌았다. 선진국에선 지식기반사회의 핵심인 연구력을 키우기 위해 연구 윤리를 한층 강화하는 추세다. 그런데 세계에서 경제력이 12위라는 한국의 학계가 계속 연구 윤리 불감증에 빠져 있다면, 세계의 손가락질을 받고 연구력과 국가 경쟁력이 약해질 것은 뻔하다.

가장 큰 관건은 학계의 의식 개혁이다. 연구 부정은 지식 도둑질이란 점을 확실히 깨달아야 한다. 관행이란 이유로 묵인하던 시대는 지났다. 스승.제자 등 사적인 관계에 얽매여 관대해서도 안 된다. 정부.대학.연구기관.학회도 하루빨리 연구 윤리를 강화하는 제도를 만들고 엄격하게 시행하라. 그것이 불명예를 회복하는 길이다. 이번 사태가 우리 학계에 쓴 약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