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감없는 주택공급 실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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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주택 2백만호 건립-.』
87년12월 대통령선거때 당시 민정당이 공약으로 내세우자 그 실현가능성여부를 놓고 말이 많았다. 말이 2백만호지 그게 어디 쉽겠느냐는 반응이었다.
그런데 그 공약보다 1년4개월이나 빠른 이달에 목표가 달성됐다. 89년에 46만2천호, 90년에75만호를 공급했다. 70년대, 80년대초까지의 연평균공급량 22만호의 2∼3배를 지었으니 참으로 대단한 물량이었다.
다른 일 같았으면 한바탕 큰 잔치를 벌였겠지만 수도권신도시 부실공사파문이 있은데다 건설경기과열로 인한 부작용이 심각한 상황인지라 공식발표도 없이 조용히 넘어갔다.
2백만호를 전국의 1천1백35만가구(90년기준)로 나눠보면 17·6%에 이를 정도로 많은 집이다. 90년현재 자기집거주비율 50·3%(통계청 인구주택센서스)를 상당히 끌어올릴 수 있는 물량이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피부감각적으로 이를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건설부문 통계의 현실감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주택공급실적과 같은 건축(허가)통계는 관할구청·군청·시·도로부터 받는 사업승인을 기준으로한 허가 건수다. 건축허가를 토대로 무슨 자재를 쓰는지 용도가 어떤 것인지와 함께 건물동수와 각층별 면적을 모두 합친연면적을 내는 것이다.
따라서 실제로 건물을 다 지어서 이용하는지 여부는 고사하고 그 건축물의 공사가 시작됐는지와도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를 주택「공급」 실적으로 잡고 있으니 헷갈리는 것이다.
어쨌든 건축허가 추세를 보면 88년이후 건축이 무척 활발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87년까지만해도 전체 건축허가가 연면적으로 따질 때 5천만평방m 이내였다.
그런데 주택2백만호건립이 추진되기 시작한 88년부터 껑충 뛰기 시작했으며, 90년에 그 절정을 이뤘다<그림참조>.
90년의 전체건축허가연면적 1억1천6백40만평방m는 서울에서 가장 넓은 잠실롯데월드(연면적53만평방m를 2백20개나 짓는 물량이다.
그러나 이같은 건축허가와 실제 공사착공에는 보통 3∼4개월정도의 시차가 있는데다 요즘처럼레미콘등 건자재와 인부 구하기가 어려울때 그 시차는 더욱 길어진다. 그나마 이 통계는 일선 시·군·구공무원들의 수작업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오차가 많고 공무원들의 업무폭주로 1∼2개월 늦게 내기도 하는등 부정확해질 가능성이 높다.
건축허가연면적 통계는 통화·수출액·종합주가지수등과 함께 2∼3개월 뒤의 경기를 예측케해주는 경기선행지수의 10대구성지표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런 중요한 통계에 오차·시차가 많으니 경기선행지수에도 흠이 갈 수 있다. 또 허가기준만 있고 실제로 건자재·인력·자금수요에 큰 영향을 미치는 착공통계가 없어 수급불균형으로 인한 시행착오를 겪게되는 것이다.
따라서 정확한 건설통계는 올바른 경기전망과 건자재·인력·자금수요예측을 위해서 중요하다.

<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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