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집중이 풀어야할 첫 과제/「경제력 집중 완화」 찬성입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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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경쟁력 강화에 유익” 인식해야/서상목 의원 민자당 정책조정2실장
정부가 경제력 집중 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기본방향(본보 7월27일자)을 밝힌데 대해 전국 경제인 연합회는 『정부의 지나친 간섭은 기업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며 대기업의 그룹 경영방식을 개별기업 경영방식으로 바꾸려는 것은 기업의 자율성을 해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본보 7월31일자). 이와 같은 재계의 입장에 대해 정부와 거의 같은 시각을 갖고 있는 서상목 민자당 정책조정 2실장의 글을 싣는다.<편집자주>
최근 재벌의 경제력 집중 완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 문제를 둘러싸고 정부와 재계 사이에서 조심스러우면서도 열기있는 공방이 펼쳐지고 있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우려되는 것은 이같은 설전이 흑백논리로 치달아 자칫 지나친 감정대립의 양상으로 비약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냉철한 판단을 바탕으로 재벌기업의 공과를 저울질 하고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 합리적 대책을 강구하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한 때라 생각한다.
실제 우리의 경제발전 과정에서 재벌기업의 기여도는 결코 과소평가될 수 없다. 재벌기업들은 수출 지향전략을 추구해 선진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해외시장 개척에 앞장서왔다. 이들 기업은 왕성한 기업의욕을 바탕으로 경제성장을 선도하는 기관차 역할을 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과정에서 재벌기업들은 소득과 부의 편중을 초래했으며 지나친 업종 다각화로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저하시킴으로써 이른바 경제력 집중문제를 불러일으켰다. 이같은 경제력 집중은 국민경제는 물론 기업 자체의 경쟁력 제고차원에서도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업종 다각화는 개별기업의 위험을 분산시켜 준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망해야할 기업의 기생을 보장해 주는 측면이 있다. 이는 경제 전체는 물론 재벌그룹 자체의 효율성을 저하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또한 최고 경영층이 다수 계열기업에 분산됨에 따른 통제의 폭 축소는 기업의 동적 활력과 경영효율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 더욱이 계열기업간의 상호출자나 상호지급보증을 통한 능력 이상의 규모확대는 기업을 조그만 경기 변동에도 몸살을 앓게 하는 허약체질로 만들어 버린다.
이같은 재벌기업의 구조와 행태는 과거 정부의 불균형 발전정책에 따라 조성된 기업 여건에 대응한 기업전략의 소산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환경과 여건이 변하면 경제운용과 기업전략도 마땅히 바뀌어야 한다.
계층간 균형발전과 경쟁력 강화가 절실히 요청되는 현시점에서 재벌기업의 경제력 집중 완화는 당면과제이며,이를 위한 이제까지의 정부정책이 재점검 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그동안 정부는 소유주와 기업을 혼동해 소유주에게 돌아가야 할 부담을 기업이 짊어지게 함으로써 기업성장 자체를 인위적으로 저해하는 정책을 펼쳐온 것이 사실이다. 그 좋은 예가 여신관리제도다.
그러나 경제력 집중문제의 핵심은 기업집중 현상에 있다기 보다는 소유집중,나아가 권력집중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므로 정부정책의 방향도 소유의 분산을 촉진하고 기업군의 무분별한 팽창을 억제하는데 맞추어져야 할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기업경영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줌과 동시에 상속세·증여세를 강화하고,공공성이 뚜렷한 기업은 국민기업의 이념을 살려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아울러 기존의 상호출자 규제와 같은 유효한 정책수단을 충실히 집행해 나가고 과도한 상호보증을 억제하는 방안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주변환경의 조성과 간접적인 유인정책을 사용하면 현행과 같은 그룹 경영체제하의 경제력 집중을 점진적이고 또한 효과적으로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재계도 경제력 집중 완화가 기업 자체의 경쟁력 제고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 점을 인식해 새로운 시대적 여건에 맞는 기업전략을 수립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재벌기업의 승계때 여러 독립기업군으로 분할상속 하는 방법도 재계 스스로 강구해봄직 하다.
요컨대 경제력 집중문제는 하루아침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정부·재계·국민 모두가 이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파악해 인식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합의점을 도출,합의된 해결방안을 점진적이고 신중하게 추진할 때 비로소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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