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 50% 시대의 주택정책(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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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6일 발표된 「90년 인구주택 총조사」결과는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당면과제가 역시 주거문제임을 재확인시켜주고 있다.
조사결과는 자기집의 보유비율이 지난 10년간 계속 낮아져 왔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통계청이 분석하고 있는 것과 같이 핵가족화현상에도 그 원인이 있겠으나 우리는 더 큰 원인이 지난 10년간의 부동산가격 폭등과 인구의 계속적인 수도권 집중현상에 있다고 본다.
핵가족화현상으로 가구수는 늘어나는데 부동산가격의 상승이 소득증가를 훨씬 앞지르고 주택공급이 미처 따를 수 없게 인구가 집중되고 보면 무주택자가 늘어나게 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해결의 방향은 명백하다고 할 수 있다. 핵가족화현상은 막을 수 없는 사회적 추세인이상 부동산 억제시책을 계속 강화하고 인구의 수도권 집중현상을 둔화시키는 동시에 주택공급을 늘려 주택을 비교적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는 것이다.
최근 주택공급 측면에서는 2백만호 건설계획등에 의해 그 기본적인 해결책은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무턱대고 공급량만 늘린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크고 값비싼 집을 짓는다면 경제적 여유가 없는 무주택자들에겐 내집마련이 여전히 그림의 떡이 될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주택공급에 있어선 소형주택의 비율을 대폭 늘리고 임대주택을 가능한한 많이 짓도록 해야 할 것이다.
부동산가격이 최근 안정추세에 들어간 것은 주택난 해결을 위해선 대단히 고무적인 현상이다. 이 기회에 다시는 부동산투기와 같은 망국병이 되살아 나지 않도록 고삐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요즘 토지소유자들의 조세저항 등을 이유로 정부의 부동산 가격억제 의지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나 아닌가 하는 느낌을 주고 있는 것은 우려할만한 일이다. 부동산가격을 잡지 못하면 2백만호 건설도 하나마나한 것이 된다는 점에서 정부가 그 의지를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
주택난을 가중시키고 있는 원인가운데 가장 대책없이 방치하고 있는 부분이 수도권 인구억제다. 정부가 이 의지를 밝힌 것은 이미 오래되었지만 그를 구체화할 시책의 추진은 지지부진이다. 수도권 인구집중의 억제는 결국 계속 줄어드는 농촌인구를 어디에서 흡수하느냐하는 문제로 귀착된다.
그동안은 모든 기회가 수도권에 집중됨으로 인해 인구집중이 불가피했지만 이제는 지방자치제의 실시로 전국의 균형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이 마련되었다. 이를 계기로 국가재원을 상대적인 낙후지역에 집중배정함으로써 수도권 집중의 필요성 자체를 없애 나가야 한다.
이제까지의 주택정책은 발등의 불을 끄기에 급급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정책은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이를테면 수도권 주택난이 심하다해서 수도권지역에 주택공급을 늘리면 당장은 효과를 볼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인구를 집중시켜 주택난은 당시 악화되게 마련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주택정책은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사회변화와 인구이동 추세 등을 적절히 수용하고 조절할 수 종합적인 내용의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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