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 군축 세계로 파급되길(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미국과 소련관계에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대결을 전제로 해왔던 지금까지의 여느 정상회담과 달리 이번 모스크바에서의 대좌를 통해 실질적으로 군사적 대결과 경쟁을 마감하고 진정한 협력관계를 다지려는 첫걸음을 내딛게 된 것이다.
이번 회담에서 두개의 큰 줄기였던 소련에 대한 미국의 경제협력문제와 전략핵무기 감축협정의 조인은 두 나라간의 쌍무적인 관계발전에 그치지 않고 범세계적민 파장을 미친다는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다원화시대에 들어서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 두가지 문제의 추이는 앞으로 국제질서 형성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데 우리는 더욱 큰 관심을 갖고자 한다.
그러한 관심은 크게 세가지 방향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소련에 대한 경제지원은 국제경제체제에 참여하는 기회를 넓힌다는 점이다. 이는 소련이 겪고 있는 혼란을 극복하고 안정을 찾는데 필수적인 조건이다.
절대적으로 필요한 여러나라들의 경제지원이 미흡해 개혁에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소련내부에 초래될 분열과 혼란의 가중은 어느 나라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약속한 경제적 지원이 효율적으로 이행될 수 있도록 두나라뿐 아니라 국제적인 협력이 뒤따르기를 기대한다.
둘째,「칼을 녹여 쟁기를 만들자」는 군비축소가 두나라 차원에서 뿐 아니라 국제적인 추세로 확대되어야 한다는 희망이다. 두나라를 중심으로한 장기간에 걸친 냉전의 부산물이기도 한 세계적인 군비증강을 이제는 미소가 공동의 표적으로 삼고 억제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재래식 군축뿐 아니라 일부 제3세계에서의 핵개발 가능성을 줄이는데 노력해야할 뿐 아니라 기왕에 핵을 보유하고 있는 영국·프랑스·중국에서도 궁극적으로 이를 감축하고 제한하는 방향으로 미소의 핵무기 감축효과가 파급되기를 기대한다.
셋째,미소를 중심으로한 상호 억지력으로 유지되어 왔던 기왕의 평화질서가 해체되면서 나타나고 있는 힘의 공백현상을 메울 수 있는 새로운 안보체제의 필요성이다. 종래와는 달리 국제적 흐름은 미국과 소련이 세계질서를 요리해온 구도에서 벗어나는 추세에 있다.
냉전시대의 양극구도는 서방선진공업국의 G7을 중심으로 이제는 소련이 참여하는 다원화 가능성을 예상케 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이러한 추세가 불가피할지도 모르나 그러한 추세가 굳어진다면 또다시 국제질서는 몇몇 대국중심의 구도로 불평등한 관계가 설정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그러한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모든 국가가 참여해 평화를 보장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진 국제적 기구의 역할을 강화하는 쪽으로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한 방안으로서 현재 유엔의 기능을 활용하고 강화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우리는 믿는다.
이번 정상회담이 미국과 소련의 화해만이 아닌 모든 나라의 안정과 평화를 위한 새로운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