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여자 쇼트트랙 간판 왕멍 "대표 탈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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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우리는 팀워크가 전혀 없었다. 나는 국가대표팀이 나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고향팀(헤이룽장성)으로 가겠다."

중국 여자 쇼트트랙의 간판 왕멍(사진)이 대회 중에 감독을 비난하는 인터뷰를 한 뒤 대표팀 탈퇴 의사를 밝혀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왕멍은 29일 밤 1500m 경기가 끝난 뒤 중국 CC-TV와의 인터뷰에서 "감독이 나한테 아무런 작전을 내리지 않았다. 단지 나에게 '어떻게 하면 되는 건지 알지'라고 한 게 전부였다"고 말했다. 불만에 가득 찬 표정이었다. CC-TV는 왕멍의 이 같은 발언을 이날 밤 스포츠뉴스 시간에 톱으로 보도했다.

왕멍은 이날 결승에서 4위로 골인했지만 한국의 변천사(한국체대) 선수가 실격처리되면서 간신히 동메달을 차지했다. 왕멍은 분을 참지 못하는 표정으로 "이번 성적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다. 대회가 끝나면 지역팀으로 가서 훈련하겠다"고 했다. 이를 두고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에 내분이 일어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명규 전 한국대표팀 감독은 "왕멍의 돌발적인 발언으로 중국 빙상계가 발칵 뒤집혔다. 그들이 남은 경기를 걱정하고 있더라"고 소개했다. 쇼트트랙은 개인종목이지만 몸싸움이 허용되는 경기 특성상 팀플레이가 요구된다. 전씨는 "이들이 출신지역 간 갈등인지, 빙상계 내부의 파벌다툼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내분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진단했다.

중국 쇼트트랙 선수들은 지린성과 헤이룽장성, 두 지역 출신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들 간의 갈등의 골은 꽤 깊다고 한다. 지린성에서 쇼트트랙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는 한국인 김선태 코치는 "이들 사이의 벽은 상상 외로 높다"고 확인했다.

2000년대 초반에도 헤이룽장성 출신인 양양A가 리자준.왕춘루.양양S 등 지린성 출신이 주축을 이루는 중국 대표팀에서 외톨이로 선수생활을 했다. 당시 양양A가 친하게 지내는 한국 선수들에게 이 같은 어려움을 토로한 적도 있다.

지린성의 창춘은 이번 겨울아시안게임이 열리고 있는 중심도시다. 지린성보다 북쪽에 있는 헤이룽장성은 하얼빈이 가장 큰 도시다.

창춘=성백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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