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돈도 떼일수 있다”/「투자안전성」 부각(경제초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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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수익성」앞서 신용체크 거쳐야/금융 개방따라 법령보완 필요
최근 아랍계 BCCI은행의 자산동결조치와 중견 상장사인 아남정밀의 부도로 그간 국내 금융시장에서 「수익성」에 밀려 거의 생각되어지지 않던 투자의 「안전성」문제가 새삼 부각되고 있다.
이제껏 우리 금융현실에서는 은행의 부도로 일컬어지는 예금지급정지와 같은 사례는 생각하기 힘든 일이었기 때문이다.
감독기관인 은행감독원은 BCCI에 대한 영국중앙은행의 영업금지조치가 풀리지 않는 한 현재 상황에서는 달리 손쓸 수단이 없다고만 밝혀 예금자들을 더욱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
카메라 메이커로 일반소비자들에게도 잘 알려진 아남정밀의 부도 또한 투자에는 항상 위험이 따를 수 밖에 없다는 「원론」을 다시 일깨워주고 있다.
투자위험은 자체적으로 대단한 「은폐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자금을 굴리는 투자자는 해당 금융기관이나 주식을 매입하는 개별회사의 신용을 늘 체크하는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다.
그러다 일단 투자위험이 노출되면 자금흐름은 더이상 계속되지 않는다. 아남정밀주식을 사겠다는 주식투자자들이 전혀 나타나고 있지 않으며,외국은행으로 흐르던 자금이동도 주춤하고 있다고 은행관계자들은 전한다.
금융기관도 고객의 입장에서는 예외가 아니다. K생명보험은 지금까지 거의 무조건 인수해오던 외국은행지급보증의 회사채를 앞으로는 본사의 신용조회를 거쳐 선별적으로 인수키로 했고,또 다른 금융기관인 N사는 당분간 외은지보회사채는 인수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최근 정했다.
이같은 추세속에서 동아투금은 최근 「부실채권이 하나도 없는 국내유일의 금융 기관」이라고 광고,「안전한」투자처임을 내세우고 있기도 하다.
금융 전문가들은 앞으로 가속화될 금융개방시대에 최근의 BCCI사건을 계기로 『은행 돈도 떼일 수 있다』는 「투자의 위험성」에 다들 눈을 돌려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심상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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