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난동 더이상 용납 안된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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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법치사회에서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4일 강경대 폭행치사 사건 공판에서 강군의 가족과 일부 방청객들이 벌인 변호사폭행과 소란행위는 그 이유가 무엇이든 결과적으로는 전체 사법질서,더 나아가서는 우리 사회의 법치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며 야만적 유린행위였다.
장소는 다른 곳도 아니고 바로 법정이었다. 법정은 사실여부나 모든 옮고 그름을 오직 법규와 법리에 따라,그리고 그에 바탕한 논리의 전개와 공방에 의해 가리기 위해 마련된 장소다. 그런데 바로 그 장소에서 법과 질서가 서슴없이 유린되고 폭력까지 행사된다면 우리 사회의 법치주의와 법질서는 설 자리가 없을 것이다.
강군 가족과 일부 방청객들이 흥분해 소란을 벌인 것은 변호사의 신문내용과 검사의 사실심리가 자신들이 믿고 있는 사실과 달랐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혈육을 잃은 가족으로서 그러한 점에 대해 감정적으로 격해지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재판이란 바로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열리는 것이다.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아무리 사회적으로는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처음부터 그를 재검토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 과정에서는 그 실체적 진실이 지금까지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실과 다를 수도 있는 모든 가능성에 대한 검토도 있게 마련이다.
이는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을 의심없이 믿고 있는 사람들,특히 피해당사자들로서는 감정적으로 용납하기 어려울는지 모르나 진실을 밝히는 과정은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 그래서 그런 과정을 통해 그런 가정들이 모두 확정될 때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들은 더욱 더 정당성과 진실의 무게를 얻게 되는 것이다.
만약 이런 과정조차 부인한다면 그것은 가해자에 대한 규탄장이지 재판정일 수는 없다. 더구나 변호사는 바로 법적으로 피고인의 이익을 대변하는 역할을 맡은 사람이 아닌가. 따라서 피해자의 입장에서 볼 때는 감정을 격발시키는 발언들이 나올 수도 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법리의 전개와 반증에 의해 반박돼야 할 것이지 감정적 대응을 해야할 것은 결코 아닌 것이다.
우리는 이번 사건도 근래 자주 있어서온 시국사건 공판에서의 소란행위에 크게 영향받은 것이라고 본다. 정치적 내용이 깃든 사건의 공판에서는 소란행위가 다반사가 되어 왔고 그것이 어느 정도 관용되어 오기도 한 그간의 사정이 이번과 같은 사건에 분위기를 제공했다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같은 일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법정소란행위를 막기위한 단호한 조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본다. 지난 시절,그리고 지금까지도 사법부의 공정성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도 적지 않으나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곧 법정 소란행위에 대한 정당성의 근거는 결코 될 수 없다.
사법부는 그 나라 법과 질서의 최후보루다. 그것을 스스로 파괴하면서 어떻게 정의의 실현을 외칠 수 있겠는가. 민주사회의 실현을 위해서는 법치주의를 확립해야 하며 그것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법정질서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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