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냐 … 수퍼보울 제패'첫 흑인 감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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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한국시간) 미국 인디애나폴리스에 세 명의 미국프로풋볼(NFL) 감독이 모여 저녁식사를 했다.

토니 던지(52.인디애나폴리스 콜츠), 헤르만 에드워즈(53.캔자스시티 칩스), 그리고 먼 길을 찾아온 러비 스미스(49.시카고 베어스)로 모두 NFL 플레이오프(12강)에 오른 팀의 감독들이었다. 던지가 탬파베이 버커니어스에서 감독을 하던 시절, 에드워즈와 스미스는 코치로서 던지를 도왔다(1996~2000년). 절친한 친구이기도 한 이들은 현재 NFL에서 성공가도를 달리는 지도자다. 그리고 모두 흑인이다.

던지는 22일 아메리칸콘퍼런스(AFC) 챔피언십에서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에 38-34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수퍼보울에 올랐다. 그리고 친구 스미스도 같은 날 내셔널콘퍼런스(NFC) 결승에서 뉴올리언스 세인츠를 39-14로 대파하고 수퍼보울에서 던지를 만났다.

미국에서 가장 거대한 이벤트, 수퍼보울은 2월 5일 오전 8시 마이애미에서 열린다. 그리고 누가 이기든 41년 수퍼보울 역사상 처음으로 챔피언 반지를 낀 흑인 지도자가 탄생할 것이다. 미국은 'NFL 새 역사'를 열고 있는 두 감독에게 열광하고 있다. NFL 선수 중 75%가 흑인이다. 그러나 32팀 중 흑인 감독이 맡고 있는 팀은 7팀뿐이다. 그중 두 명은 최근 해고 통보를 받았다.

3 - 21로 뒤지다 기적의 역전승

◆'역사'토니 던지=NFL 최연소 어시스턴트 코치(28세.1983년), 사상 처음으로 전 구단 상대 승리(2005년), 수퍼보울에 진출한 흑인 감독(2007년).

던지는 NFL의 신화다. 기본에 충실하고, 팀워크와 지역 방어를 중시하는 그의 훈련 스타일은 많은 지도자와 선수에게 영감을 줬다. 스미스와 에드워즈도 그중 한 명이다. AFC 챔피언십에서 만난 패트리어츠는 역대 최강 팀 중 하나였다. 2000년대 들어 세 번이나 수퍼보울을 차지한 패트리어츠는 정상급 쿼터백 톰 브레이디를 앞세워 또다시 챔피언에 도전했다. 콜츠는 초반에 3-21까지 뒤져 패색이 짙었다. 그러나 쿼터백 페이튼 매닝의 눈부신 활약으로 기적 같은 18점 차 역전승을 이끌어냈다. 70년 이후 37년 만의 AFC 우승이었다.

지난 시즌 '올해의 감독'

◆'파죽지세'러비 스미스=미국 언론 선타임스의 칼럼니스트 제이 매리엇은 "NFL의 식상한 스토리는 모두 사라졌다. 신선한(fresh) 이야기가 필요하면 러비를 주목하라"고 했다. 시카고의 곰(베어스)은 85년 우승 후 긴 잠에 빠져 있었다. 2004년 스미스가 감독으로 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부임 첫 시즌 베어스는 5승11패를 올렸다. 결과는 실망스러웠지만, 스미스는 포기하지 않았다. 명수비수 출신 스미스는 조직력과 수비를 강조하며 팀 체질 개선에 나섰다. 긴 겨울잠에서 깨어난 곰은 지난 시즌 11승5패를 거두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했고, 스미스는 출입 기자단이 선정한 '올해의 감독'에 선정됐다. 그리고 한 시즌 뒤 흑인 감독 최초로 수퍼보울에 올랐다. NFC 챔피언십에서 만난 뉴올리언스는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아픔을 딛고 일어선 시민들의 성원을 등에 업고 거세게 몰아쳤다. 그러나 그 돌풍은 스미스가 이끄는 강력한 수비벽을 뚫지 못했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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