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웃음 뒤에 '미모 = 계급' 고통 숨겼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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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그의 코미디는 따뜻하다. 웃다가도 코끝이 찡해진다. 하지만 곧 의외의 한 방이 날아온다. 그 한 방이 주는 웃음은 그래서 복합적이다.

장애('오 브라더스')나 비만('미녀는 괴로워') 같은 '사회적으로 비정상으로 규정된 몸'을 소재 삼아 편견에 도전하지만 마냥 정치적 올바름만을 지향하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 '겸손한 대중영화'라고 표현한 것이 오히려 적확하다고나 할까.

김용화(36.사진) 감독의 '미녀는 괴로워'의 흥행세가 놀랍다.

500만 명을 돌파하며 로맨틱 코미디 최고 흥행기록을 세웠다. 내친김에 코미디 영화 최고 기록('투사부일체'의 612만)까지 내다봄 직하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원작인 일본 만화에 비해 전복성은 떨어져도 대중영화로서 매끈한 성취에 대한 호평과 함께하고 있다.

데뷔작 '오 브라더스'(2003)에 이어 '미녀는 괴로워'의 선전으로 김용화표 휴먼 코미디의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는 그를 만났다.

-500만 돌파 소감은.

"촬영하면서 영화가 생동감 있어서 '오 브라더스'(315만)보다 조금 잘 되겠다는 느낌은 있었다. 300만~350만 정도. 하지만 이 정도는 전혀 상상 밖이다. 300만명을 넘으면서는 다음 영화를 잘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

-흥행요인을 뭐라 보나.

"영화를 할 때 내 기준은 내가 재미있고 자신있어 하는 얘기를 과연 대중도 관심있어 할까, 자문하는 거다. 이 둘이 안 맞으면 대중영화 감독의 소임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이번 영화는 일단 내가 재미있는 데다 성형수술 등 요즘 여성들의 관심사도 담고 있어 승산이 있다고 봤다."

-리메이크작 중 이례적으로 잘된 영화다. 리메이크의 포인트는 뭐였나.

"전신 성형이라는 모티브 외에는 거의 새로 썼다(그는 이 영화에서 각본을 겸했다). 만화는 재미있지만 정신만 빌려와야지 하고 생각했다. 에피소드나 스토리, 캐릭터까지 그대로 영화로 가져가는 것은 불리하다고 판단했다. 성형외과 의사, 환자들을 직접 인터뷰한 내용을 접목시켰다. 원작에 대한 내 느낌은 고통에 대한 얘기라는 거다. 미모가 계급이 되는 고통스러운 현실에 대한 얘기 말이다. 원작의 서글픈 부분을 좀 더 코믹하게 틀었다."

-만화보다 전복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한나(김아중)의 친구 정민(김현숙)까지 성형수술을 택하는 결말은 결국 '예뻐야 행복하다'는 결론 아닌가.

"성형에 대한 내 시각을 밝히고 그것을 화두로 삼는 영화. 한마디로 너무 교훈적이거나 진보적인 영화. 둘 다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영화의 결말은 외모가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외모에서 자유롭지 못한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는 거다. 관객들 역시 그 정도는 캐치하지 않을까."

-결과적으로 김아중이 선방했지만 걱정이 많았겠다. 원래 립싱크 가수 아미 역으로 염두에 뒀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김아중이 트렌디한 이미지인 반면 연기자로서는 신뢰가 높지 않은 편이라 부담이 컸다. 강한나가 안 되면 승산이 없다고 생각해 사활을 걸었다. 두 달 가까이 각 신의 목적, 개요, 인물이 원하는 바를 꼼꼼히 분석한 노트를 만들어 줬다. 리허설도 많이 했다. 김아중이 낯을 많이 가려 내가 연기 시범을 보이면서 무장해제시켰다. 감독이 A를 던지고 배우가 B를 갖고 오면 현장에서 C를 만드는 식으로 연기를 끌어갔다. 아주 영민한 배우다. 김아중이 촬영 전 시파티(시작파티를 일컫는 말)에서 울더라. 결국은 자세가 문제 아닌가. 그때 된다는 확신이 왔다."

-김아중이 부른 '마리아' 등 음악도 흥행에 일조했다.

"이 영화로 영화음악 감독으로 데뷔한 이재학(러브홀릭의 멤버)과는 중앙대에서 밴드 활동을 같이 한 16년 지기다. 음악 활동을 했던 게 영상적 사고와 음악적 부분을 연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 감독이 합류하기 전 삽입곡 8곡을 미리 선곡하고, 음악에 맞춰 주요 장면을 구상하며 시나리오를 썼다. 애초에 '마리아'는 촌스럽다며 반대 의견이 많았다. 나는 한나가 무대에서 부를 것을 생각하면서 고른 곡이라고 밀어붙였고. 이 감독과는 이견이 전혀 없었다."

-'뽀샵' 처리한 듯 색감이 강렬하다.

"하이키 조명에 콘트라스트를 적게 하고 인물보다 배경을 밝게 했다. 이건 일종의 승부수였다. 사실 영화에서 색을 뺄수록 감정이입은 훨씬 쉬워지기 때문이다. 나는 최대한 화면을 밝고 화려하게 하고 그 가운데 한나의 슬픔을 놓고 싶었다."

-코미디 연출관이 있다면.

"코미디의 출발은 고통이다. 하지만 고통을 고통스럽게 담아내는 것이 과연 좋은가. 고통을 알면, 정말 고통의 밑바닥까지 가봤다면 그것을 굳이 날 것으로 드러낼까 의문이다. 즐거우면서 슬픈 영화, 기쁨과 슬픔의 감정이 공존하는 영화, 그러면서 단순한 영화가 좋다. '눈물 살짝+미소', 이게 내가 원하는 답이다."

-차기작은.

"자신 있는 얘기가 있으면 한다. 가정형편 등으로 대학(중앙대 영화과)을 10년 다녔지만 졸업작품 '자반 고등어'로 국제영화제(로체스터와 휴스턴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했고 연출부도 안 거치고 데뷔했다. 나는 운이 좋은 편이다. 세 번째 영화는 좀 더 성숙하고 정서적 폭이 큰 영화, 대중의 만족도가 높은 영화를 하고 싶다."

글=양성희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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