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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운하 건설 … 사회적 합의가 우선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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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그 당시 시민단체는 감사원의 재검토 지시를 건설 중단으로 받아들였으나 건교부와 수자원공사는 이를 운하사업의 재추진으로 해석하고 네덜란드 DHV사에 20억원을 들여 운하 건설사업의 경제적 타당성 검증을 위한 용역을 의뢰했다. 이와 같은 감사 결과의 해석상 차이로 인한 갈등이 계속되자 열린우리당의 우원식 의원을 중심으로 환경부.건교부.주민.시민단체 등으로 운하 건설 추진 여부를 결정할 '굴포천유역지속가능발전협의회'(이하 협의회)를 구성했다.

이 협의회는 찬반 측에서 6인씩 추천한 총 13인으로 구성됐다. 따라서 협의회는 국책사업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체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2005년 7월 협의회가 구성된 이후 2006년 11월까지 11차례의 회의가 진행돼 왔고, 그간의 논의 내용을 바탕으로 12월에 개최된 공청회의 토론 과정을 거쳐 조만간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협의회는 그간의 합의정신에 기초해 40m 방수로를 80m 운하로 확장했을 때의 경제적 타당성 여부를 검증했다. DHV사의 용역 결과에 따르면 경인운하는 환경적으로 큰 문제가 없고, 편익비용 비율은 1.54로 경제적 타당성이 있다.

그러나 이 사안에 관심이 있는 국내 전문가들은 DHV의 용역 결과가 상당 부분 비합리적이고 비현실적인 가정과 자료를 근거로 추정됐으며, 결과적으로 편익이 과장되고 비용은 적게 추산된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점들을 감안해 편익비용 비율을 재산정할 경우 그 수치가 0.61에 불과해 전혀 경제성이 없다는 것이다. 일례로 총 편익의 약 20%를 차지하는 치수(治水) 편익의 경우 방법상의 오류와 비현실적인 경제성장률 예측치를 적용함으로써 편익이 3300억원이나 과다 추정돼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협의회에서 논의된 모든 내용은 속기록을 통해 남아 있고 상당 부분 공청회를 통해 이미 공개됐다. 따라서 경인운하 논의 과정에서 어느 쪽의 주장이 더 합리적인가는 궁극적으로 국민이 판단할 문제다. 다만 경인운하를 둘러싼 모든 이해 관계자가 참여하고 있는 협의회의 논의 과정과 결정사항은 사회적 합의 과정이라는 차원에서 존중돼야 한다. 유력한 대선 주자가 경부운하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시점에서 국책사업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 해결을 위한 협의회 구성과 논의 과정이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고 할 것이다.

김일중 동국대 경영대 교수

*본란은 16개 시.도의 60명 오피니언 리더가 참여한 중앙일보의 '전국열린광장' 제4기 지역위원들의 기고로 만듭니다. 이 글에 대해서는 '전국열린광장'인터넷 카페(http://cafe.joins.com/openzone)에 의견을 올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