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만 감정… 증거채택 가능/필적감정 어떻게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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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1백배까지 확대 서체특성 관찰/결국 육안으로 가려 오판의 소지
분신자살한 전민련 사회부장 김기설씨의 유서필적을 놓고 검찰과 전민련간에 대필·자필공방전이 계속 되면서 필적감정에 초점이 집중되고 있다.
필적감정은 두종류 이상의 글씨를 비교,동일인 필적여부를 가리거나 글씨를 통해 필적의 특징을 알아내는 것으로 글씨도 혈액형이나 지문처럼 개인마다 고유한 특성을 갖고 있다는 원리는 응용한 과학적인 수사방법.
필적감정은 대상글씨를 현미경으로 5∼1백배까지 확대,획순·글씨체의 방향·굴곡 등 특성을 육안으로 관찰·비교하는 것으로 유사한 부분과 상이한 부분을 따로 모아 「확률상 유사 또는 상이정도가 높다」는 식으로 분석한다.
이번 김씨의 유서사건처럼 다른 두가지 문서의 필적을 감정할 때는 통상 70%이상 유사한 특징이 나타나면 동일인의 필적으로 인정한다.
특히 필적의 감정은 반드시 원본이어야 가능한데 이는 필기구가 지면에 닿는 강도(필압)·미세한 점·글씨체의 마지막 부분을 처리하는 방식 등이 감정의 주요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필적감정이 수사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경우는 87년 제주지방에서 불온내용을 적어 유포시킨 1천원권 지폐사건으로 당시 경찰은 운동권학생 6명을 대상으로 필적감정을 실시,범인을 검거했으며 81년 이윤상군 사건때도 20통의 협박편지 가운데 5통의 편지를 동일인으로 밝혀내고 편지의 주인공을 여자로 추정,수사폭을 압축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필적감정은 육안에 의한 식별,확률에 의한 감정을 토대로 하기 때문에 잘못 감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
현재 국내 필적감정기관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대검과학수사운용과의 문서감정반,5∼6곳의 사설감정기관이 있으나 이중 공신력을 인정받는 기관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뿐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두가지이상의 글씨를 감정,동일인 여부를 가려낼 경우 감정결과를 「같다」「다르다」「감정불능」 등 세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필체의 특성이 확연히 일치할 경우 「같다」는 감정이 내려지고 그렇지 않을 경우 「다르다」는 판정을 하게 되나 비교할 자료가 부족하거나 크게 다른 상황에서 쓴 글씨를 비교할 경우에는 필적의 상이점이 많이 나타나더라도 「감정불능」으로 판정한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필적감정결과는 일반적으로 재판에서 증거능력이 인정돼 다른 보강증거가 없이 필적감정이 유일한 증거일 경우에도 증거로 채택된다는 것이 법조계의 설명이다.<제정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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